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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 입문하기 표지



인류학 입문하기
はじめての人類学
: 삶의 방식에서 살아 있음의 철학까지, 인류학의 가장 위대한 질문들


인문 / 인류학 / 역사
오쿠노 가쓰미 지음 | 지비원 옮김
17,000원 | 208쪽
ISBN: 979-11-93482-18-6
2026년 7월 3일 출간


[서점 링크] 교보문고 | 예스24 | 알라딘



✦ 책 소개

삶의 구조, 삶의 방식, 삶의 변화, 삶의 전체. 네 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삶의 기술부터 ‘살아 있음’의 철학까지, 인류학의 가장 위대한 질문들을 살펴본다. 일본의 존재론적 인류학의 대표 주자가 선보이는, 한번 잡으면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을 만큼 재미있고 유익한 인류학 입문서 결정판.


저자 오쿠노 가쓰미는 대학 재학 중인 20세 때 홀로 멕시코의 선주민 마을에 머물고, 이후 방글라데시에서는 잠시 승려 생활을 하는 등, 젊은 시절부터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인간의 삶과 문화를 관찰해왔다. 이처럼 독특한 이력을 가진 문화인류학자인 그는 2023년 일본에서 『인류학 입문하기』를 출간하며 “단숨에 인류학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는 ‘처음 읽는 인류학’ 책을 목표로 썼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이 책은 스테디셀러가 되어 현재까지 일본 현지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독자들로부터 ‘입문서이지만 다각적인 해설이 많아 좋은 의미에서 예상 밖이었다, 구체적이고 인간적이다’라는 등의 호평을 받아왔다.


요즘 왜 사람들은 인류학에 눈을 돌릴까? 오늘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인간이란 무엇인지, 인생이란 무엇인지 더 알기 어려워졌다. 스마트폰 덕에 모든 사람이 전 세계의 정보를 순식간에 얻을 수 있지만, 그런 시대이기에 인간이 어떻게 세계를 인식하는지를 묘사하는 인류학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리고 역사 속에서 인류학이 삶의 근원적인 문제를 탐구하고 발견해낸 그 답은 우리의 관점과 살아가는 법을 바꾼다.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한 도구 또한 될 수 있다. 저자는 “꼭 인류학을 공부해보시기 바랍니다”라고 당부한다.



✦ 지은이

오쿠노 가쓰미(奥野克巳)

1962년 출생. 문화인류학자이자 릿쿄대학 이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대학 재학 중인 스무 살 때 멕시코로 떠나 시에라마드레 산맥의 선주민 테페우아노인(Tepehuano) 마을에 머물렀다. 이후 방글라데시에서는 잠시 상좌부 불교의 승려로서 생활했고, 터키의 쿠르디스탄과 인도네시아를 여행하기도 했다. 90년대 중반에 2년간 보르네오섬에서 화전민 카리스인(Kalis)을 연구했으며, 1998년에 논문 「재앙의 설명과 재앙에 대한 대처: 보르네오섬의 카리스 사회의 정령, 독약, 사악한 주술(災いの説明と災いへの対処―ボルネオ島カリス社会における精霊、毒薬、邪術)」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6년에는 보르네오섬의 수렵채집민 푸난인(Punan)과 함께 생활했으며, 현재까지 계속 그들의 삶을 탐구해왔다. 지은 책으로 『서로 얽히는 생명: 인간을 넘어선 인류학(絡まり合う生命―人間を超えた人類学)』, 『앞으로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문화인류학 입문(これからの時代を生き抜くための 文化人類学入門)』, 『1억 년 숲의 사고법: 인류학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다(一億年の森の思考法―人類学を真剣に受け取る)』, 『인류학자 K: 숲에서 길을 잃다(人類学者K―ロスト・イン・ザ・フォレスト)』, 『고맙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필요 없는 숲의 사람과 살아가며 인류학자가 생각한 것(ありがとうもごめんなさいもいらない森の民と暮らして人類学者が考えたこと)』, 번역·감수한 책으로 에두아르도 콘의 『숲은 생각한다』, 팀 잉골드의 『조응』 등이 있다.



✦ 옮긴이

지비원

연세대학에서 국어국문학과 사회학을 전공했으며 같은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했다. 현재 출판 기획과 번역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왜 읽을 수 없는가』, 옮긴 책으로 『청킹맨션의 보스는 알고 있다』, 『지(知)의 관객 만들기』, 『흙을 먹는 나날』, 『그 많은 개념어는 누가 만들었을까』, 『독해력 수업』 외 여러 권이 있다.



✦ 출판사 서평


『인류학 입문하기』는 네 가지 키워드와 인류학자 네 명을 바탕으로 인류학의 시초는 물론, 현대 인류학까지 그 핵심을 친절하면서 깊이 있는 설명으로 풀이해준다. 이 한 권으로 인류학이란 어떤 학문이고 어떤 흥미로운 매력을 지녔는지, 인류학이 우리 삶에 어떻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를 단번에 알 수 있다.


첫 번째로 100여 년 전 인류학의 기틀을 세운 말리노프스키를 통해 ‘삶의 전체’를 이야기하고, 이어 프랑스의 인류학자인 레비스트로스를 통해서는 ‘삶의 구조’, 미국의 문화인류학을 창시한 보아스와 그의 여성 인류학자 제자들을 통해서는 ‘삶의 방식’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재도 현역으로 왕성히 활동 중이자 인류학의 근본을 다시 쓴 팀 잉골드를 통해 ‘삶의 변화’란 무엇인지를 말한다. 종장에서는 현재 인류학의 흐름과 앞으로의 인류학은 어떤 모습을 띨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인류학을 곁에 두며 더 나은 삶을 꾸려갈 수 있는지 짚어준다.


저자는 네 인류학자의 가장 잘 알려진 대표작들만이 아니라, 그들의 일기, 에세이 등의 다채로운 문헌까지 곁들이며, 인류학자들의 연구 활동과 은밀한 사생활, 인간적인 면모를 흥미롭게 엮어낸다. 그리고 수치화할 수 없는, 인간에게서 떼어놓을 수 없는 부분을 중시하고 이를 인류학자만의 개성 있는 언어로 직조해나가는 것이 인류학의 묘미 중 하나라고 정의한다. 정형화된 보고서나 숫자에는 다 담기지 않는 미세한 거품 같은 부분을 포착하는 실천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흘러 떨어지는 미묘한 거품 속에 삶의 진짜 모습이 담겨 있다.


● 삶의 임폰더라빌리아부터, 야생의 사고,

‘선(lines)’의 철학까지.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삶의 고통’인 이 세상에서

인간이 살아나갈 수 있는 방식을 모색하다.


『인류학 입문하기』는 독특한 관점으로 인류학의 흥미로운 면모를 짚어내고, 때로는 친숙한 일상적인 예를 들며 우리도 늘 인류학에 한 발 걸치고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인류학에서 널리 쓰이는 ‘참여관찰’ 기법을 시작한 말리노프스키는 타자의 ’삶의 전체’를 현지에서 직접 관찰하고 그려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말리노프스키는 직접 오스트레일리아의 오지로 떠나, 그곳의 선주민들의 언어를 배우고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다른 삶과 문화를 연구한 민족지를 써냈다. 그가 발견한 ‘쿨라 교역’ 제도는 우리의 자본주의적 경제 말고도 다른 경제 제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눈부신 성과였다. 흥미롭게도 『인류학 입문하기』의 저자는 ‘쿨라 교역’을 불교의 화엄사상과 비교하며 둘의 비슷한 점을 짚어보기도 한다. 그런데 말리노프스키의 사후에 그의 일기가 폭로된다. 놀랍게도 그 일기에는 그가 필드워크를 하며 느낀 좌절, 우울감이나 현지인들에 대한 분노, 미움, 성적 욕망 등이 적나라하게 쓰여 있었다.


『인류학 입문하기』는 말리노프스키의 업적을 그의 연구와 수치스러운 일기, 둘 다로 간주한다. 말리노프스키의 일기는 연구자가 현장에서 어떤 감정을 생생히 느끼며 이것이 어떻게 연구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말리노프스키는 딱딱한 보고서만으로는 타 문화와 ‘삶의 전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인생의 아주 미묘한, 작은 거품같이 흘러 떨어지는 부분, 즉 ‘삶의 임폰더라빌리아’가 있어야 삶을 진정으로 그려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그런 부분을 포착해내고 우리에게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은, 직접 현지인들과 생활하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기록해온 덕분이다. 그의 인류학이 그동안 문헌 연구 위주로 이루어진 딱딱한 인류학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부분이었다. 그리고 오늘날의 인류학자들이 현장에서 필드노트만이 아니라 일기를 기록하게 된 것은 말리노프스키의 영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인류학자로는 구조주의를 창시한 것으로도 유명한 레비스트로스에 대해 설명한다. 그의 대표작 『슬픈 열대』, 『야생의 사고』의 핵심들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으면서 ‘친족 관계’와 ‘구조주의’, ‘신화’ 등의 주제를 탐구한 레비스트로스의 흥미로운 지적 궤적을 따라간다. 그리고 저자는 『야생의 사고』의 선구자격 작품으로 레비스트로스의 짧은 에세이 「산타클로스의 처형」을 꼽는데, 이 에세이는 실제로 1951년 프랑스의 디종대성당 앞에서 산타클로스가 화형당한 사건을 다룬다. 여기서 레비스트로스는 크리스마스의 역사와 민속학적 배경을 탐구하며 흥미로운 논리를 선보인다. 미국 선주민 푸에블로인의 사회 속 비슷한 관습을 살펴보는 동시에 크리스마스의 기원, 전설 그리고 그 풍습의 전개와 변화를 되짚으면서, 놀랍게도 아이에게 선물을 주는 행위는 우리가 은밀하게 저승에 선물을 보내고 달래기 위해서 하는 행위라고 주장한 것이다. 레비스트로스는 인류의 보편적 사고 형태인 ‘야생의 사고’가 크리스마스 관습 속에도 숨어 있다고 보았다.


더 나아가 『인류학 입문하기』는 우리의 일상행동을 예로 들며 레비스트로스의 ‘브리콜라주’ 개념(‘야생의 사고’를 더욱 자세히 밝혀주는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브리콜라주’란 눈앞에 있는 재료로 무언가를 임시변통으로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행위를 말하는데, 저자는 현대의 우리도 의식하지 않은 채 늘 이 ‘브리콜라주’를 행하고 있음을 역설한다. 바로 SNS나 유튜브, 틱톡 등을 이용해서 말이다. 여기서는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말, 사진, 동영상 등이 해체되고 재구성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레비스트로스가 ‘야생의 사고’를 제시한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야생의 사고’를 직접 목격하고, 열렬히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세 번째 인류학자로는 미국의 문화인류학을 창시한 보아스와 그의 두 여성 제자, 루스 베네딕트와 마거릿 미드의 인류학에 대해 설명한다. 이들이 제시한 ‘모든 문화는 가치를 가진다’라는 문화상대주의 사고방식에 대해 풀이하고, 미국 인류학과 다른 나라들의 인류학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도 짚어본다. 태생적으로 미국 인류학은 과거 인류학의 부정적인 측면들을 제일 많이 반성하고 계속 고찰해올 수밖에 없었던 학문이었다. 미국은 이민자들이 선주민을 몰아내고 세운, 온갖 인종이 거주하는 용광로 같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미국 인류학이 어떤 정치적인 의미를 띠게 되었고, 세계대전 같은 전쟁 중에는 어떻게 정부와 협력하여 전쟁에 협력하는 도구가 되었는지 등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현대를 대표하는 인류학자이자 인류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팀 잉골드에 대해 살펴본다. 종래의 인류학이 타자‘에 대해(of)’ 연구하는 학문이었다면, 잉골드의 인류학은 타자‘와 함께(with)’ 배우는 인류학이다. 그는 ‘살아 있다’를 인류학의 주제로 삼았으며, ‘삶’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며 생성하고 소멸하는 것이고, 모든 것이 ‘살아 있는’ 모습을 생포하는 연구=실천을 인류학이라고 여겼다. 『인류학 입문하기』는 잉골드가 오랫동안 대학에서 이어온 독특한 수업, 인류학+고고학+예술+건축이 합쳐진 ‘네 개의 A’ 클래스에서 손으로 버드나무 바구니를 짜는 교육 과정을 설명하면서 그의 중요한 저작 『만들기』를 파고든다. 여기서 잉골드는 인류학을, 세계를 기술하기보다는 세계와의 관계 속에 발을 들여놓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탐구의 기술’이라고 규정한다. 그는 또 다른 대표작 『라인스』에서는, ‘선’을 따라가며 사람과 사물과 우발적인 만남을 갖고, 그들에게 탐색당하며 받아들이고, 삶의 불확정성을 긍정하며 우리에게 주어진 단 한 번뿐인 삶을 살아나가는 법을 일러준다. 이 장을 읽고 나면 “인류학의 목적은 인간의 삶 그 자체에 대해 대화하는 것이다”라는 잉골드의 말에서 큰 울림과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 “꼭 인류학을 공부해보시기 바랍니다.”

한번도 가본 적 없는 이웃 동네, 카페나 산책로 같은

‘외부’로 훌쩍 떠나보자.

이것이 바로 매우 손쉬운, 인류학 실천의 첫걸음.


최근 인류학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과거에 두 차례 인류학이 유행했고, 한국과 비슷하게 몇 년 전부터 다시 인류학 유행이 도래했다. 『인류학 입문하기』는 촉망받는 젊은 인류학자 하시즈메 다이사쿠의 의견을 바탕으로 인류학 유행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지구촌이 하나로 연결된 현재, 과거에는 ‘먼 곳’에 살았던 사람들이 지금은 우리 ‘이웃’이 되었으며 ‘외부’와 ‘내부’의 경계가 애매해지고 있다. 이런 변화를 따라 일찌감치 인류학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인간 삶의 방식을 탐구하는 길에 올랐고, 그런 면에서 사회·문화 비평을 이끄는 학문이 되어가는 듯하다고 진단한다. 또한, 서양과 비서양, 자기와 타자 사이에 거의 차이가 없어지고 있기에, 타자를 포함해 인간 주체 본연의 모습에 관심을 갖는 인류학에 다시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설명한다. 즉, 스마트폰을 통해 모든 사람이 전 세계의 정보를 순식간에 얻을 수 있는 시대이기에, 인간이 어떻게 세계를 인식하는지를 묘사하는 인류학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학 입문하기』는 인류학은 ‘살아 있다’라는 질문에 임해야 하는 학문이라고 강조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삶의 괴로움’과 ‘삶의 어려움’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빈부 격차나 정치 갈등, 환경 위기 등만이 아니라 개인적인 어려움도 함께 껴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이 ‘삶의 어려움’은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어려움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 어느 문화권에도 존재한다. ‘살아 있다’는 것은 동시에 ‘삶의 어려움’이기도 하다. 지구상의 인간은 살아가는 한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자신만의 고민과 어려움, 숙제를 껴안고 있다. 이러한 전 인류 공통의 과제에 임하는 것이 인류학이다.


저자는 꼭 인류학을 공부해보길 바란다고 당부한다. 인류학은 우리를 일반적인 사고의 ‘외부’로 데려가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첫걸음으로 우리 주변의 도처에 있는 ‘외부’로 떠나볼 것을 추천한다. 그곳은 먼 외국이나 깊은 숲속이 아니다. 이웃 동네, 가본 적 없는 가게,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산책로 등, 우리가 가볍게 찾아가 관심을 갖거나 느껴볼 수 있는 ‘외부’가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이렇게 ‘외부’를 탐험하며 자신의 삶에 더 깊은 물음을 던져볼 수도, 스스로를 바꾸어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 목차


들어가며: 인류학이란 무엇인가

이 책의 목적 | 인류학의 가장 중요한 인물들


1장: 근대 인류학이 탄생하기까지

‘인류학’이라는 용어에 대하여 | 인류학 탄생 전야 | 19세기의 인류학자 ① 루이스 모건 | 19세기의 인류학자 ② 에드워드 버넷 타일러 | 19세기의 인류학자 ③ 제임스 프레이저 | 뒤르켐과 기능주의


2장: 말리노프스키 ━ 삶의 전체

문헌만으로는 알 수 없으니 현지에 간다 | 말리노프스키의 성장 과정 | 20세기의 인류학을 개척한 사람 | 필드에서의 일기 | 현지인에게 느낀 짜증 | 필드에서 겪는 어려움 | 여성에 대한 욕망과 생각 | 『미개인의 성생활』 | 말리노프스키의 문화 이론 | 말의 엄격한 의미에서의 일기 | 참여관찰이란 무엇인가 | 삶의 임폰더라빌리아 | 살아 있는 인간을 그리다 | 화엄사상 같은 쿨라 | 쿨라라는 흐름 | 말리노프스키가 던진 전대미문의 물음 | 존경과 진정한 이해로 시야를 넓힌다


3장: 레비스트로스 ━ 삶의 구조

‘미개인’은 이성적이며 긍지 높다 | 레비스트로스의 성장 과정 | 두 전쟁 사이의 시기에 느낀 갈등 | 브라질의 오지로 | 교차사촌혼이란 무엇인가 | 브라질에서 프랑스 그리고 미국으로 | 야콥슨과의 만남 | 『친족의 기본구조』 | 근친 성교 금지와 혼인 | 한정교환과 일반교환 | 『야생의 사고』 탄생 전야 | 토테미즘 환상과 이 뒤에 숨은 논리 | 토테미즘이란 무엇인가 | 『야생의 사고』의 탄생 | 구체의 과학이라는 사고 양식 | 브리콜라주 | 변화에 저항하는 차가운 사회 | 구조와 역사 | 레비스트로스의 신화 연구 | 구조주의의 미래


4장: 보아스 ━ 삶의 방식

미국의 문화인류학 | 미국 선주민 연구 | 보아스의 생애 | 이민자 연구의 시작 | 인류학의 전체론 | 문화상대주의란 무엇인가 | ‘삶의 방식’이란 | 베네딕트의 『문화의 패턴』 | 『국화와 칼』 | 마거릿 미드의 목표 | 미드의 사후에 일어난 논쟁 | 보아스 이후의 미국 인류학


5장: 잉골드 ━ 삶의 변화

‘살아 있다’를 인류학의 주제로 삼다 | 균류학자 아버지 | 인류학으로의 길 | 핀란드에서의 필드워크 | 맨체스터 시절 전반기 | 1988년 4월의 어느 아침, 버스를 탔을 때 | 맨체스터 시절 후반기 | 애버딘대학의 ‘네 개의 A’ | 버드나무 바구니를 만드는 수업 | 『환경의 지각』 | 관계론적 사고란 | 『라인스』가 개척한 새로운 경지 | 살아 있다 | 『만들기』에서 『조응』으로 | 지식에 지혜를 조화시키기 | 잉골드‘와 함께’


종장: 앞으로의 인류학

재귀인류학의 시대 | 제2차세계대전 이후 세 번의 인류학 유행 | ‘외부’로 | 학문의 역사와 인류학 | 인류학이 태어난 시대 | 직접 가서 실제에 다가가다 | 다른 가능성으로서의 ‘외부’를 탐구하다 | 현대 세계와 함께 걸어간 인류학 | 세계로 뛰어들어 사람들과 함께 철학하다 | 다시 ‘외부’로


참고문헌

나오며



✦ 책 속에서

1942년에 말리노프스키가 사망한 직후에 친구가 연구실에서 장서와 원고를 정리하다가 우연히 일기를 발견했습니다. 이 일기는 영어로 번역되어 1967년에 출간됩니다. 놀랍게도 『말의 엄격한 의미에서의 일기(A Diary in the Strict Sense of the Term)』에는 현지인들에 대한 혐오감과 적의 등이 노골적으로 쓰여 있었습니다. 20세기의 인류학을 개척한 위대한 말리노프스키, 라는 영웅적인 우상은 파괴되었고 다방면에 충격을 안겨주었지요.

_33쪽


“어젯밤도, 오늘 아침도, 노를 저어줄 사람을 찾았지만 찾지 못했다. 백인으로서의 분노와 구릿빛 피부의 현지인들에 대한 혐오가 강해지고 우울도 덮치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으며, ‘이런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다’고 절망했다.”

_34쪽


어디에도 화장실이 없어서 숲속에서 남들 눈에 띄지 않게 처리해야 했습니다. 사람들은 여러 이유를 대며 염치없이 현금을 요구하는데, 빌려줘도 갚는 일이 없었습니다. 제 몫으로 가져온 통조림이나 라면 역시 사람들이 먹을 게 없을 때 가져갔습니다. 이들이 숲에서 사냥해온 것들 가운데 검은잎원숭이, 긴꼬리마카크원숭이 고기는 저한테는 너무 맛이 없어서 삼킬 수조차 없었지요. 그럴 때마다 왜 일부러 이런 오지까지 왔는지 고민에 빠졌고, 일본의 냉난방이 잘되는 방에서 쾌적하게 일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뼈저리게 후회했습니다.

_35쪽


쿨라는 현대적인 경제 현상의 ‘외부’에 존재하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매우 합리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섬에 사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쿨라 교역에 따라 바이구아가 오감으로써 재화를 교환하는 상대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몇 년에 걸쳐 천천히 교환을 하기에 관계를 오랜 기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즉 쿨라 교역은 떨어져 살아가는 여러 공동체를 연결하고 충돌을 피하기 위한 ‘구조’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쿨라 교역은 화폐를 통해 타자와의 관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는 없는, 매우 흥미로운 행동 양식이라고 할 수 있지요. 말리노프스키가 묘사한 쿨라는 서양 근대의 ‘외부’에 존재하는 하나의 증여 교환 모델입니다.

_56쪽


쿨라에 대한 이러한 착안은 불교의 ‘화엄사상’의 근본 원리와 비슷합니다. 대승불교의 경전인 화엄경은 4세기경 중앙아시아에서 정리된 불경입니다. 그 속의 한 장(章)인 「보살십주품」에서는 ‘일즉다, 다즉일(一即多, 多即一)’이라는 개념이 시사됩니다. 한 알의 모래 속에 무한대의 우주가 있고, 또 그 무한대의 우주는 티끌 하나와 같다는 이야기이지요. 화엄사상에서는 ‘인드라망’이라는 비유로 이를 설명합니다.

_61쪽


어느 날 마지노선을 따라 산책하던 레비스트로스는 민들레 홀씨를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순간 그는 민들레의 존재를 이해한다는 것은 다른 식물과 민들레를 대비함으로써만 처음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즉 형태, 색, 식생 등, 민들레와 다른 식물의 어디가 다른지, 그 ‘차이’를 앎으로써만 민들레의 독자성이 드러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때 레비스트로스는 인간이 전 세계 이곳저곳에 있는 ‘차이’를 통해 이 세계를 이해하고 있음을 깨달았지요. 이러한 사고법이야말로 구조주의의 원점입니다.

_80쪽


『야생의 사고』의 중심 주제는 ‘재배된 사고’, 즉 ‘과학적 사고’와 대치되는, 인류에게서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지적 활동인 ‘야생의 사고’입니다. 이를 다룬 선구자격 작품이 바로 「산타클로스의 처형」이지요. 여기서 『야생의 사고』에 대한 단서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이 에세이는 1951년 12월 23일, 프랑스의 디종대성당 광장 앞에서 벌어진 일을 다룹니다. 이날 아이들 앞에서 산타클로스가 화형에 처해지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지요. 미국에서 새로운 크리스마스 문화가 수입되어 퍼지고 산타클로스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자 프랑스의 가톨릭교회 고위 성직자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위기감이 격화되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크리스마스와 산타클로스가 세상에 침투하여 자신들의 종교적 입장이 위험해질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레비스트로스는 이 사건의 배후에 있는 역사와 민속을 파고들지요.

_92쪽


레비스트로스는 ‘토테미즘’과 ‘히스테리’가 19세기 말 거의 비슷한 시기에 많은 관심을 받았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이 두 주제가 탐구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지요. 레비스트로스에 따르면, 연구자들은 자신 안에 있는 껄끄러운 부분을 ‘미개인’과 정신병 환자에 투영하여 자신들의 정상성을 확인하려 했습니다. ‘미개인’과 정신병 환자라는 주제에는 연구자의 바람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었다는 뜻입니다. 레비스트로스는 서양을 ‘미개’와는 다른 합리적인 세계로 보기 위해 탄생된 ‘환상’이 토테미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토테미즘은 연구자들이 창조한 산물이었습니다. 레비스트로스에 따르면 토테미즘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있는 것은 ‘토템 환상’뿐이지요.

_97쪽


예를 들어 눈이 내리는 추운 날, 장을 보러 나가기는 귀찮지만 따뜻한 음식을 요리해 먹고 싶을 때를 생각해보세요. 냉장고를 열어보니 양파와 감자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고기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고기감자조림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냉동 새우가 있습니다. 카레 가루도 있으니까, 그래, 당근과 고기가 없어도 괜찮아, 새우를 넣어서 카레를 만들자…. 이런 식으로 마침있는 식재료를 조합해 어떻게든 따뜻한 음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브리콜라주입니다.

_105쪽


내 문화와 당신의 문화가 다른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여기에 우열은 없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오늘날 더욱 잘 이해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제2차세계대전 전에 이러한 개념은 ‘상식에 어긋난’ 것이었습니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문화상대주의라는 말은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도 널리 쓰이게 되었습니다. 문화상대주의라는 사고방식은 미국 인류학의 근저에 흐르는 이념으로서 계승되어 인류학뿐만 아니라 세계화하는 현대에서도 공유되고 있습니다. 앞 장에서 살펴본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와 더불어 문화상대주의는 인류학이 탄생시킨 개념들 가운데서도 세상에 특히 큰 영향을 미쳤지요.

_126~127쪽


같은 미국 선주민이지만 더 거칠고 투쟁적인 콰키우틀인의 문화는 도취를 상징하는 신 디오니소스에 빗대어 ‘디오니소스형’이라고 정의합니다. 의례에서 춤추는 자는 깊은 황홀경에 빠지며 입에서 침을 흘리고 심하게 경련합니다. 과거에 콰키우틀 사회에는 식인 습관이 존재해서 노예의 사체를 먹는 동안 성스러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고 합니다.

도부섬에서는 많은 이가 부정(不貞)을 저지르는데, 발각되면 격렬한 말다툼이 벌어지고, 요리 솥을 부수거나, 자살을 시도하거나, 주술을 걸기도 합니다. 끝나지 않는 의심과 불안 속에서 살아가지만 도부인에게는 일상적인 일입니다.

_130쪽


말하자면 학생들은 버드나무 바구니를 만듦으로써 신체, 버드나무의 특성, 바람의 세기 등 다양한 요소가 얽혀 사물이 만들어지는 것을 체험합니다. 자신 외의 모든 요소가 생각하지 않았던 방향에서 자신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통제할 수 없는 요소에 의해 자신만의 버드나무 바구니가 완성되지요. 잉골드는 이 감각을 중시했습니다. 이러한 실습을 오락처럼 느낀 학생도 있었겠지만 그중에는 놀랄 만한 작품을 완성한 학생도 있었다고 잉골드는 회상합니다.

_160~161쪽


잉골드는 ‘도보여행’ 같은 ‘선’이야말로 살아가는 길과 다름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잉골드는 독자 또한 ‘도보여행’을 하는 여행자가 되어 지식을 쌓으며 “따라 나아가기”를 권합니다. 말하자면 살아 있다는 것은 만사가 예정조화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이 아닙니다. 우발적으로 ‘무언가’와 만나고 영향을 받으면서 자신이 생각지도 못했던 ‘선’을 그려나가는 것입니다.

이는 오늘날을 사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점을 시사합니다. 우리는 지금 앞이 보이지 않는 혼돈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공동체에서 공유될 만한 ‘이렇게 하면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가치관은 이미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는 스스로 꿈꾸는 삶이 있는 미래를 찾아내야 합니다.

_168쪽


이 대목에 책의 목적만이 아니라 잉골드 인류학의 정수가 담겨 있습니다. 잉골드는 그동안 먼저 이론이 존재했고 그 결과의 파생물로서 사람의 ‘살아 있다’가 다루어져왔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사람의 ‘살아 있다’를 인류학의 주제로 다루어야 한다고 소리 높여 선언합니다. 과거의 인류학에 결별을 고하고 새로운 인류학을 주장하지요. 이러한 관점에서 인류학 100년을 다시 독해하고 인류학이 인간의 ‘살아 있는’ 모습을 탐구해왔음을 살펴보는 것이 이 책 『인류학 입문하기』입니다.

그리고 점들이 연결된 네트워크가 아니라 선들이 서로 얽힌 그물망, 주체와 객체의 고정적인 이원론이 아니라 생성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일어나는 ‘살아 있음’, 현실에서 격리된 학지(學知)가 아니라 신체 경험을 수반하는 실천의 지(知)야말로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입니다.

_170쪽


“인류학의 목적은 인간의 삶 그 자체에 대해 대화하는 것이다.” 인간을 생물적이면서 사회적인 존재로 파악하고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통합을 목표로 삼은 잉골드는 ‘인간의 삶과 대화한다’는 인류학을 선언했습니다.

불확정적인 길을 걸으면서도 사람, 사물과의 우연한 만남을 받아들이며 삶을 걸어가 ‘선’을 그려나간다. 이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필드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본연의 모습을 계속 모색하는 잉골드는 그야말로 ‘삶의 끊임없는 변화’를 전면에 내세운 인류학자입니다.

_18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