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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면서 병원에도 가지 않으시고 표지


아프다면서 병원에도 가지 않으시고
一直喊不舒服,卻又不去看病 (2020년)
: 노인정신의학 전문의가 알려 주는 돌봄 심리학


인문학 > 심리학, 돌봄
차이자펀 지음 | 우디 옮김
15,800원 | 320쪽
ISBN: 979-11-87038-77-1
2021년 8월 6일 출간


[서점 링크] 교보문고 | 예스24 | 알라딘



✦ 책 소개

부모님만 떠올리면 갑갑한 당신을 위한

마음과 관계를 함께 지키는 돌봄의 기술

노년 부모를 돌보는 자녀, 너무 낯선 ‘노년의 나’

모두에게 절실한 질문 27가지에 노인정신의학 전문의가 답한다!


갑작스레 부모님의 보호자가 되어 느끼는 책임감 때문에 괴로운 자녀들, 노화와 만성질환, 이로 인해 잘 드러나지 않는 정신 건강의 문제로 고통받는 노인들과 만나며 ‘지속가능한 돌봄’을 지원해 온 노인정신의학 전문의인 저자의 노하우를 모두 담은 책이다. 이들이 겪는 문제를 심리, 관계, 노화, 질병 등 다각도로 분석하고, 각각에 맞는 대응법을 담았다. 어떤 문제는 의료의 도움이 아니라 돌봄을 주고받는 이들 간의 관계를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해결된다고 말하는 저자는 의료와 돌봄, 의학과 심리학을 함께 다루며 일방적인 의존과 희생이 아닌 지속가능한 돌봄으로 나아갈 든든한 디딤돌을 제공한다. 더불어 노년의 삶을 건강하고 의미 있게 보내고자 하는 노인들을 위해 몸의 건강뿐 아니라 마음의 건강을 스스로 돌볼 방법들을 소개한다.



✦ 지은이

차이자펀 (蔡佳芬)

중년에 접어든 노인정신의학 전문의로 지금도 매달 1000명에 달하는 노인들을 만나 이들의 몸과 마음을 치료하고 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 알츠하이머연구센터 연구원을 거쳐, 현재는 타이베이룽민쭝병원 정신부 노년정신과 과장, 국립 양밍자오퉁대학 의과대학 조교수, 타이완노년정신의학회 이사, 타이완실지증협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타이완 노인정신의학계의 ‘영 리더’로 꼽힌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치매에 걸린다면: 의학적 치료 외에 ‘사랑의 간병 이력서’야말로 가장 완전하고 존엄한 돌봄입니다』, 『제가 당신을 사랑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나요』, 『오늘은 약 처방 없습니다: 의사가 알려 주는 치매 예방법』, 『치매 돌봄: 실용적인 그림 가이드북』을 비롯해 노인 돌봄과 노인정신질환을 다룬 책 다수를 쓰고 옮겼다.



✦ 옮긴이

우디

대학에서 중국어를, 대학원에서 중국 정치외교를 전공했다. 『픽스』, 『한자의 유혹』 등을 옮겼다.



✦ 출판사 서평

부모님만 생각하면 갑갑한 당신을 위해
매달 1000명의 환자와 보호자를 만나는 노인정신의학 전문의가 전하는
의학과 심리학을 겸비한 돌봄 가이드!


인생의 어느 시점에는 누구나 부모님의 ‘보호자’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자녀에게는 늘 의지할 대상이었던 부모님이 반대로 자녀의 돌봄과 보호가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런 전환이 필연적이고 자연스러운 데에 비해 노인이 된 부모님을 돌보는 ‘보호자’가 되는 일은 자연스럽게 체득되는 일이 아니다. 노인 돌봄은 일상생활에서부터 병원 내원과 약 복용 같은 몸의 건강, 상실감이나 외로움 같은 정서까지 폭넓은 관심과 이해가 필요한 일이고, 전문적인 지식과 도움 없이 혼자 해 내기 어렵다. 요양시설, 데이케어 센터나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더라도 돌봄이 필요한 노인의 ‘보호자’ 역할이 쉽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매일 아프다고 하면서도 병원은 마다하고,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해 사소한 것까지 물으면서도 잔소리와 고집은 늘어만 가고, 자녀가 보호자로서 내리는 결정도 마음에 들어 하는 법이 없다. 정말 성격이 바뀌기라도 한 건지, 아니면 아파서 짜증과 화가 많아진 건지 이해할 수 없는 일투성이다. 이렇게 사소해 보이는 갈등은 하루하루 쌓이고, 마땅히 해소할 방법도, 이런 고민을 상담할 만한 곳도 마땅치 않으니 부모도 자녀도 답답하기만 하다.

『아프다면서 병원에도 가지 않으시고』는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인과 보호자 들을 오랜 시간 만나 온 노인정신의학 전문의가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지속가능한 돌봄’을 지원해 온 노하우를 모두 담은 책이다. 매달 1000명에 가까운 노인과 보호자 들을 만나며 풍부한 임상 경험을 쌓아 온 저자는 진료실에서 자주 받는 질문 중 이들에게 절실한 27가지 질문을 꼽아 답한다. 부모의 보호자가 된 자녀들이 일상에서 겪는 문제들을 묶은 1부 자녀 편에서는 다양한 사례와 일화를 통해 그 원인을 심리, 관계, 노화, 질병 등 다각도로 분석하고, 각각에 맞는 대응법을 소개한다. 2부는 부모 편으로 노년의 삶을 건강하고 의미 있게 보내고자 하는 노인들을 위해 몸의 건강뿐 아니라 마음의 건강을 스스로 돌볼 방법들을 소개한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도, 돌봄을 행하는 사람도 건강한 돌봄
일방적인 희생이나 의존이 아닌,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돌봄으로
‘지속가능한 돌봄’을 가능하게 하는 세심한 조언들


“선생님, 요즘 아버지 돌보는 일이 점점 힘들어져서요. 뭘 어떻게 해드려도 화를 내세요. 아버지 돌보려고 하루가 멀다 하고 휴가 내고, 풀타임 직장은 찾을 엄두도 못 내면서 살고 있거든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도 저러시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혹시 저희도 선생님께 외래진료를 받아야 할까요?” 저자의 진료실을 찾는 이들 중에는 부모님 건강 문제로 내원했지만, 보호자로서 느끼는 책임감과 자기 삶의 균형이 무너져 괴로움을 토로하는 자녀들이 있다. 사연과 꼭 같은 상황이 아니더라도 자신보다 부모가 우선인 희생적인 돌봄이 곧 지극한 효라는 관념이 부모의 보호자가 된 자녀들을 괴롭히곤 한다. 하지만 당연히 이런 생각은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도, 돌봄을 행하는 사람에게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다줄 수 없다. 이런 생각이 돌봄을 ‘상호적인 과정’으로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돌봄을 위해서는 일방적인 의존과 희생이 아닌 상호적인 인정과 존중이 필요하다. 당연하게 들리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어디까지가 의존이고 희생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여기에 ‘정확한 답’은 없다. 그보다 필요한 건 돌봄이라는 상호적 과정을 함께할 서로가 ‘만족할 만한 합의’이다.

때로는 부모를 돌보는 자녀가 전보다 약해진 부모님을 필요 이상으로 걱정하거나 간섭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부모는 건강에도 자신감을 잃고, 자기 결정에도 의심을 품기 쉽고, 이는 몸과 마음의 퇴화를 촉진하는 요인이 된다. 걱정과 배려가 반대로 독이 되는 경우다. 한편 일과 생활에 방해가 될 정도로 의존하거나 배우자와의 관계 문제까지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부모님이 곤란한 자녀도 있다. 이런 경우 적절한 해법을 찾으려면 부모님의 건강상태뿐 아니라 지금 자신과 부모가 맺고 있는 관계를 돌아봐야 한다. 어떤 문제는 의료의 도움이 아니라 관계를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해결된다. 그리고 그 나머지 경우는 서로의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지, 신뢰는 얼마나 돈독한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돌보는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다른 대응법이 필요하다. 저자가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존중하고, 성숙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때 모두가 건강한, 지속가능한 돌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책에 실린 풍부한 사례와 다각적인 분석, 세심한 해법들은 일방적인 의존과 희생이 아닌 지속가능한 돌봄을 위한 기준을 세우는 데 든든한 디딤돌이 되어 줄 것이다.



노인 우울증은 치매보다 흔한 노인 질환
정신의학에 대한 노인들의 선입견으로 여전히 낮은 치료율
노년 건강의 중요한 축, 정신의 건강을 위한 실용적인 정보를 담다


지금까지 노년 건강의 주된 관심사는 신체 건강이었다. 온갖 치료법과 약을 찾아다니고, 반복적으로 검사를 하지만 나이가 들면 만성질환을 앓을 확률도 높아지고, 신체 기능이나 뇌 기능에 변화가 생기는 걸 막기는 어렵다. 이렇다 보니 노인에게서 보이는 변화들을 자연스러운 노화로 인식하고 정신 건강 문제의 신호를 지나치기 쉽다. 정신의학과 진료실을 찾는 노인과 보호자 중 많은 경우가 통증, 건망증, 불면, 의욕 상실과 같은 초기 우울증 증세들을 자연스러운 노화로 잘못 알고 뒤늦게 병원을 찾게 된다. 혹은 이런 증상의 진단명을 찾고 치료받으려고 진료과들을 순회하다 문제를 찾지 못해 마지막에 정신의학과를 찾기도 한다.

과거 진행된 연구들은 만성질환, 만성통증, 신체 기능 상실 등이 모두 노년에 나타나는 우울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거듭 지적한다. 노인 우울증은 환자 본인에게 정서적인 고통뿐 아니라 신체의 기능 상실을 초래하고, 노화를 가속해 원래 앓고 있던 심근경색, 관상동맥질환, 중풍 등의 만성질환을 악화시킨다. 세계 각지의 노인 인구 정신질환 유병률을 연구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울증은 유병률이 가장 높은(약 16퍼센트에서 26퍼센트) 심신 질환으로, 현재 가장 크게 주목받는 치매보다도 비율이 훨씬 높다. 가오슝의학대학이 타이완 남부에서 진행한 연구에서 타이완 노인의 대략 10퍼센트가 우울감을 느끼고 있으며, 잠재된 정서적 우울감 문제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요양원에 거주 중인 노인의 경우 30퍼센트 이상이 우울증 증상을 보였다. 연구 결과로 미루어 타이완 전역에서 노인 약 31만 명이 우울증으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노인 우울증 환자의 병원 치료 비율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노인 우울증이 노인의 건강상태로 인해 드러나기 쉽지 않고, 노령 환자들이 가진 부정적인 선입견 때문에 정신의학과 진료를 꺼리는 탓도 있다. 저자는 이런 노령 환자들의 선입견을 의학적인 관점에서 해소하고,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노인 우울증의 징후들을 꼼꼼하게 정리했다.



✦ 목차

들어가며


1부 자녀 편
너무 어려운 부모님의 보호자 되기


1장 부모님은 내가 불편해졌고 나는 부모님이 힘들어졌다

왜 부모님은 내가 뭘 어떻게 하든 불만이실까?

직장으로 계속 전화하시는 부모님,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든 나를 곁에 묶어 두려는 부모님, 괜찮은 걸까?

필요 없는데도 수시로 주시는 용돈, 어떻게 거절할까?

끝도 없이 이어지는 잔소리, 계속 들어드려야 할까?

2장 마음과 몸이 약해진 부모님, 어떻게 대처할까?

허구한 날 “더 살기 싫다”는 부모님, 어떻게 해야 하나?

점점 고집이 세지는 부모님, 어떻게 할까?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불안해하신다면?

‘정신과’에는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시는데, 어째야 할까?

의사가 처방한 약을 마다하시니, 어떻게 해야 하나?

3장 자녀와 부모가 함께 건강한 관계 맺기

부부 사이 문제를 자녀에게 떠넘기는 부모님

“니가 더 잘 하잖니…” 어디까지가 자녀의 몫일까?

황혼 이혼을 원하는 어머니?

아버지 간병인을 못마땅해하시는 어머니?

나이 들면 “나 때는 말이야” 소리를 자주 한다?

‘어르신 짤’ 도대체 왜 보내시는 걸까?


2부 부모 편
너무 낯선 ‘노년의 나’를 직면하기


1장 여기저기 아픈데, 병원에 가도 문제를 알 수 없다?

툭하면 여기저기 아픈데, 병원에 가도 문제가 찾아지지 않는다?

온종일 진료 접수하느라 뺑뺑이?

산처럼 쌓인 건강보조제, 괜찮은 걸까?

저염식과 소식은 늘 정답일까?

만성질환 환자는 어떻게 스스로를 관리하고 돌봐야 할까?

2장 사라진 새벽잠, 심해진 건망증과 무기력증, 노화일까 병일까?

새벽부터 깨고 잠도 거의 못 자는데, 불면증일까?

걸핏하면 깜빡깜빡, 치매인가?

갑자기 만사가 귀찮고 시들시들한데, 우울증일까?

3장 노년의 상실감과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은발의 ‘절친’들은 다 어디에?

반려동물 키우면 좀 덜 외로우려나?

자원봉사로 ‘시간 은행’에 ‘돌봄 자원’을 적립할 수 있다면?


추천의 말

옮긴이의 말



✦ 책 속에서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인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도저히 들어드릴 방법이 없는 불합리한 요구를 해서 상황이 더 나빠진다면, 이런 효도의 의미는 어디 있는 것일까? 그래서 “순종하는 것만이 효도는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이 말이 부모를 정성껏 돌보고 봉양하려는 마음을 갖되 제한된 방법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뜻, 특히 본인이 할 수 없는 일이거나 부모가 요구한 방식이 비합리적일 때는 꼭 그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_「부모님은 내가 불편해지고 나는 부모님이 힘들어졌다」, 53쪽


나이가 들면 왜 불안해할까? 불가피하게 노년기가 인생에서 가장 많은 상실을 경험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별과 사별을 끝없이 경험하다 보면, 평탄하고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길이 호랑이 아가리 속처럼 이루 말할 수 없이 잔인하고 끔찍해진다. 잔병치레 정도로 응급실까지 갈 필요 없다는 걸 모르지는 않지만, 만일 그게 알고 보니 심각한 병이면 어쩌나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 너무 많은 걸 잃은 어머니로서는 당신까지 잃을 수는 없는 것이다.

_「마음과 몸이 약해진 부모님, 어떻게 대처할까?」, 109~110쪽


부모님의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실패했다고 자신을 탓하거나 너무 슬퍼하지 말자. 더더군다나 분노하고 화내고 실망하지 말자. 그래도 본인이 노력했다는 점을 기억하자. 부모도 평범한 사람이다. 사람은 다 연약한 존재이고 실수도 쉽게 저지른다. 사랑과 감정이 아니라 그저 혈연이나 혼인 서약에 기대어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에게 변화를 기대하는 건 비현실적이다. 이럴 때는 그런 기대야말로 과하게 이상화된 기대라는 점을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_「마음과 몸이 약해진 부모님, 어떻게 대처할까?」, 142쪽


“이젠 늙어서 내가 아무 쓸모가 없어졌잖아.” 자신이 가치 없는 존재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면 더 깊은 불안이 엄습해 온다. (…) 노인들은 왜 이런 생각을 할까? 대부분은 너무 단일한 가치에 의미를 부여하는 탓이다. 가령, 다른 사람이 좋아해야만 가치가 있는 걸까? 아니면 생산성이 높아야만 가치가 있는 걸까? 가치에는 한 가지 정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나이가 들면 새로운 가치, 새로운 역할, 새로운 무대를 찾아 나서라고 조언한다. 늙었다는 게 낡았다는 건 아니다.

_「마음과 몸이 약해진 부모님, 어떻게 대처할까?」, 117쪽


본인의 가족과 친구가 정신적으로,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치매 증상을 보이는데, 어떻게 달래고 구슬리고 속여도, 사정을 해 봐도 환자가 요지부동일 때가 있다. 뭘 어떻게 해도 정신의학과 진료는 받으려 하지 않는다. 직접적인 설득이 효과가 없을 때는 물 들어올 때 노 저을 기회를 잡아야 한다. 노인들은 노화 탓에 이런저런 잔병과 통증을 피할 수 없는데, 사실 이런 상황이 ‘노를 저을’ 적당한 타이밍이다. (…) 환자가 병원에 오려고만 하면 절반의 목표는 달성한 것이다.

_「마음과 몸이 약해진 부모님, 어떻게 대처할까?」, 119쪽


나이가 들고 몸이 달라지면서 식은 죽 먹기처럼 쉬웠던 일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해 낼 수 있는 일이 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노인들은 대부분 부끄러워서 이런 말을 못 하거나 사실대로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 부모님 중 한 분이 늙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대부분 그 곁에서 여러 해를 보낸 다른 한 분도 늙었으리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머리가 하얗게 세고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해지면 ‘두 분이 노인이라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두 분이 ‘예전에는 할 수 있으셨다’는 생각에 ‘지금은 못 하실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도 있다.

_「자녀와 부모가 함께 건강한 관계 맺기」, 146쪽


자녀가 어릴 때는 부모가 자녀를 돌보며 자식 세대와 어울린다. 그러다 나이가 들면서 서로의 위치가 바뀌기 시작한다. 부모 세대는 외적인 욕구이든 내적인 욕구이든 어떻게 자신의 욕구를 적절하게 표현할 것인지, 어떻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속마음을 말로 표현할 것인지 학습해야 한다. 자녀 세대도 잠시 발걸음을 멈춰야 한다. 부모가 문제를 떠넘기면, 부모 세대의 변화를 살피려고 노력하면서 그 행위 뒤에 숨겨진 원인을 이해해 보아야 한다. 사실 일이 생각했던 것처럼 복잡하지 않을 때도 있다. 필요한 건 다정한 도움이다.

_「자녀와 부모가 함께 건강한 관계 맺기」, 151쪽


언어기능이 퇴화한 환자에게는 그가 예전에 내게 해 준 이야기를 토대로 환자가 머릿속에서 상상력을 동원해 말을 이어 갈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더듬거리면서 하는 일이 없도록, 더 짧은 시간 안에 말을 다 할 수 있게 해서 말하고 싶어 하는 욕구를 채워 주고 인지기능 감퇴가 초래한 좌절감을 줄여 주는 것이다.

_「자녀와 부모가 함께 건강한 관계 맺기」, 180~181쪽


많은 공황장애 환자가 심장발작으로 오해하고 진료를 받으러 간다. 하지만 심장을 검사해 봐도 다 정상으로 나온다. 어떤 환자들은 이 결과가 믿어지지 않아서 혹은 걱정스러워서 다음 의사를 또 찾아간다. 심지어 반복적으로 응급실로 달려가 진찰을 받는다. 이런 상황이 몇 차례 이어지면, 경험 있는 의사들은 심장병이 아니라 정신신체질환(psychosomatic disease)일 가능성을 알아차린다. (…) 늘 여기가 아프네, 저기가 아프네 이런 말을 달고 사는 노인들이 의원이나 병원에 가서 각양각색의 검사를 다 받고도 문제의 근원을 찾지 못할 때는 병이 없는 게 아니라 몸의 병이 아닌 마음의 병일 가능성이 있다.

_「여기저기 아픈데, 병원에 가도 문제를 알 수 없다?」, 202~203쪽


많은 노인이 크고 작은 만성질환에 시달린다. 이런 만성질환을 어떻게 돌봐야 할까, 여기에도 방법이 있다. 의료진을 제외하고 가장 중요한 부분은 환자를 돌보는 사람과 환자 본인의 노력이다. (…) 본인이 앓고 있는 병과 관련해서 언제 병원에 이송되어야 하고, 언제 응급실에 가야 하며, 응급구조팀이 도착하기 전에 집에서 어떤 초동 대처 단계를 밟아야 하는지 노인도 알고 있어야 한다.

_「여기저기 아픈데, 병원에 가도 문제를 알 수 없다?」, 235~243쪽


사람들은 보통 노인이 잠을 적게 자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잘못 생각하는데, 사실 노인들은 밤에 잠을 덜 자는 것일 뿐 낮에는 늘 낮잠을 잔다. 그러므로 이런저런 수면 시간을 다 합치면, 하루 수면 시간은 젊은 사람들보다 결코 적지 않다. (…) 절대로 노인의 수면장애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면 안 된다. 늙으면 당연히 수면장애가 나타나기 마련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노인정신의학과나 불면증 클리닉, 수면 클리닉에 가서 진료를 받아 보도록 권해야 한다. (…) 수면장애 진료를 받으러 왔다가 경도 치매임을 알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_「사라진 새벽잠, 심해진 건망증과 무기력증, 노화일까 병일까?」, 248~253쪽


인간의 인지기능은 정상에서부터 시작해 뚜렷한 퇴화가 나타나기까지 과도기의 회색 지대가 존재한다. 의학에서는 이를 ‘경도인지장애’라고 부른다.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으로는 건망증, 기억력 저하, 집중력 저하, 언어기능 쇠퇴, 시공간인지능(visuospatial ability) 저하 또는 복잡한 실행 기능 퇴보 등등이 있다. (…) 경도인지장애 사례 중 매년 약 15퍼센트 정도가 1년 후에 치매로 발전한다.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지 않은 노인의 약 1퍼센트 정도가 매년 치매 진단을 받는 것에 비하면 무척 높은 확률이므로, 경도인지장애라고 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_「사라진 새벽잠, 심해진 건망증과 무기력증, 노화일까 병일까?」, 259~2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