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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위의 붉은 선 표지


지도 위의 붉은 선
Le linee rosse (2017년)
지도가 말하는 사람, 국경, 역사 그 운명의 선을 따라나서는 지정학 여행


사회과학 > 지정학
페데리코 람피니 지음 | 김정하 옮김
27,000원 | 564쪽
ISBN: 9791187038849
2022년 4월 20일 출간


[서점 링크] 교보문고 | 예스24 | 알라딘



✦ 책 소개

지구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운명의 ‘붉은 선’, 우리에게는 모두를 구할 ‘지성의 지도’가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자유로운 세계 여행이 사실상 금지된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다른 어느 때보다 ‘지구 공동체’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바이러스, 전쟁과 난민, 신냉전, 독재와 반민주주의, 기후위기 등 전 지구적 과제들이 우리를 하나로 단단히 묶고 있기 때문이다. 『지도 위의 붉은 선』은 기존의 오래된 세계지도에 ‘붉은 선과 색’을 덧그려 지금 우리를 위한 새로운 지도를 제시하는 지정학 책이다. 이때 붉은 선은 세계인의 삶이 실제로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를 드러내주는 운명의 끈과도 같다.

저자 페데리코 람피니는 지정학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현대의 흐름을 관통하는 국제정세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가진 이탈리아 작가로서 현재 미국 뉴욕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지리와 역사는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만으로 더 이상 충분하지 않으며 이 새로운 지도를 익히는 일은 지리학자만의 과제도 아니고 선택이나 취향의 문제도 아님을, 목전에 닥쳐온 위기에서 서로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교양임을 깨닫게 한다. 그에 따르면 우리의 운명은 지도와 그 역사에 기록되어 있고, 그래서 우리는 지도를 판독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의 현주소와 미래의 방향을 알기 위해서는 이 책과 같은 ‘지성의 지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 추천의 글

페데리코 람피니는 『중국-인도 제국(L’impero di Cindia)』, 『마오쩌둥의 유산(L’ombra di Mao)』 그리고 『인도의 희망(La speranza indiana)』을 저술한 바 있으며 지정학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현대의 흐름을 관통하는 국제 정세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가진 이탈리아 작가이다. 그는 의미가 명확하고 간결한 문체를 통해 독자들에게 국제관계의 정세변화, 특히 정치적 결정들의 이면에서 작용한 보이지 않는 의도와 치밀한 계산들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현상의 근원을 세심하게 분석해 인류 정신의 심연을 파헤치고 있다. “우리의 여행은 더 잦아지고 있지만 이해의 정도는 이에 반비례한다. 여행의 속도는 빨라지고 있지만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심지어 정치나 경제의 유능한 지도자들까지도 급작스러운 충격에 세상의 흐름을 더 이상 읽어내지 못하기도 한다. 또한 이들은 지도에 붉은 선들을 그려 넣을 뿐, 그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 어쩌면 그 온갖 선들의 의미를 이해하려 들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도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 책은 독자들이 현실세계의 긴 여정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과 향후 나아가야 할 미래에 대한 심층적인 관심을 독려하고 있다.
역자인 부산외국어대학교 지중해지역원의 김정하 교수는 람피니와 같은 비중 있는 저자들을 매개로 한국-이탈리아 간 문화교류의 다양성을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는데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페데리코 람피니의 『지도 위의 붉은 선』 출간은 이탈리아의 영광일 뿐만 아니라, 한국과 이탈리아 문화 전반에 대한 폭넓은 교류를 기대하게 하는 의미를 가질 것이다.

_미켈라 린다 마그리(Michela Linda Magri’),
주한이탈리아문화원 원장(Direttore Istituto Italiano di Cultura. Seoul)



✦ 지은이

페데리코 람피니 (Federico Rampini)

이탈리아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 주간지 《미래도시》에서 저널리즘 활동을 시작해 《일 솔레 24 오레》에서 부편집장을 지내고 1997년부터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의 수석 외신 특파원으로 일했다. 오랜 특파원 생활로 쌓은 경험과 지식으로 지정학과 역사 분야의 책을 다수 출간하여 활약했다. 2005년에는 루이지 바르지니 저널리즘상 수상, 2006년에는 세인트빈센트상을 수상하고 2019년에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상을 수상했다. 대표작으로는 『극서양』, 『중국의 세기』, 『신디아 제국』, 『내 왼쪽으로』, 『당신들에게는 시계가, 우리에게는 시간이 있다』, 『주 네트워크, 아마존, 애플, 구글』 등이 있다.



✦ 옮긴이

김정하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시에나국립대학교 역사학(중세문헌학, 기록물관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부산외국어대학교 지중해지역원 HK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남유럽의 전통기록물관리』, 『기록물관리학 개론』, 『서양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인드로 몬타넬리의 『로마제국사』, 마리아 아쑨타 체파리의 『중세 허영의 역사』, 카를로 긴즈부르그의 『치즈와 구더기』(공역)와 『실과 흔적』, 크리스토퍼 듀건의 『미완의 통일 이탈리아사』, 체사레 파올리의 『서양 고문서학 개론』, 카를로 치폴라의 『즐겁게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 움베르토 에코의 『가짜전쟁』, 줄리오 바텔리의 『서양 고서체학 개론』이 있다.



✦ 출판사 서평

우리는 왜 여기에 있는가
우리는 누구이며, 우리의 국가적 운명은 무엇인가


이 책은 저자가 외신 특파원으로서 전 세계를 누볐던 여정으로 되돌아간 듯 방대한 여행기 형식으로 서술되었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지역들에 대한 사적인 관점, 해외에서 지내며 쓴 일기, 취재를 통해 작성한 보고 기사, 각종 조사, 해외의 지도자를 수행한 경험, 국제 정상회담 등 수많은 자료들을 바탕으로 현재 세계에 대한 날카롭고 우아한 지정학적 분석과 통찰을 벼려냈다.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왜 우리가 여기에 있는지, 우리가 누구이고 우리의 국가적 운명은 무엇인지 합리화해주는 이념들을, 장소에 대한 서술을 포함한 맵핑으로 교차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대원칙에 따라 그는 우리 주변의 모든 위기, 즉 지중해 난민에서 한반도의 갈등 구도까지, 브렉시트에서 트럼프까지, 이슬람 테러리즘에서 기후변화까지, 중국과 러시아의 독재에서 신보호주의까지, 유토피아를 향한 교황 프란치스코의 ‘불가능한 임무들’에서 소셜미디어의 디스토피아까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본질을 지리적 역사와 현재, 그리고 약 서른 장의 ‘붉은 선’ 지도 위에 유려하게 펼쳐 보인다.



지도 위 붉은 선을 따라가는
스펙터클 지정학 여행


「미국제국은 몰락하고 있는가?」에서는 전 세계 미국의 주요 해군기지를 나타낸 붉은 선 지도를 제시하며, ‘미국제국’이 누리는 권력의 비밀과 위기를 지리학적으로 파헤친다. 미국은 방대한 영토에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무엇보다 동서에 걸쳐 두 대양을 접하고 있어 이것이 적들의 침략을 막아주는 천연의 방어선이 된다. 덧붙여 미주의 동부 해안에서 서부 해안으로의 이동, 즉 풍부한 내륙의 에너지 자원에서 두 대양을 향한 진출로 전환했다는 것 또한 미국의 패권이 지리에 근거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한편으로 저자는 미국의 몰락을 보여주는 신호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지적하며, 경제적 불평등을 비롯한 요인들을 분석한다. 이것이 민주주의 사회를 좀먹어 과두정치로 바꾸어놓고 국가는 분열을 거듭하며 좌파와 우파가 서로의 모든 정당성을 부인하는 현 상황을 이야기한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조국에서 소외되었고, 정치는 우리를 부족들로 구분한다」에서는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공화당이 승리한 주들/브렉시트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탈퇴를 지지한 자들이 승리한 선거구들/2017년 10월 독일 선거에서 우파 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정당(Afd)이 전체 투표수의 15퍼센트 이상을 획득한 지역들을 나타낸 붉은 선 지도를 제시한다. 이때 제목에서 ‘우리’는 대표적으로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던 금속노동자들, ‘레드넥’이라는 경멸적인 호칭으로 불리는 이들을 말한다. “좌파는 이들을 대변하기를 거부했고, 우파는 가장 약한 자들, 아마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덜 순진한 자들을 지배하고 있다”고 저자는 표현한다. 이러한 ‘계급 투표’ 현상은 유럽에도 적용되어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 결과, 독일 우파 정당 Afd의 득표 결과 등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이 분열의 진원지인 미국 디트로이트로 돌아가, 자신이 직접 인터뷰했던 금속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인용한다. 미국을 둘로 가르는 붉은 선은 주권주의자 대 글로벌주의자, 서민 계층 대 엘리트, 지방이나 시골 대 해안 지역 거대 도시들의 대결 구도에서 시작되며, 경제적 빈곤화에 이어 좌파에 의한 문화·가치·인종적 소외 또한 나타나고 있음을 저자는 지적한다.

「서양은 중국을 죽이고 있는가?」에서는 신실크로드의 육로와 해로를 나타낸 붉은 선 지도를 제시하며, 오늘날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라는 명칭으로 전 세계에 제시하고 있는 신실크로드의 실체와 함의에 대해 탐구한다. 세 명의 중국인 아이를 입양했고, 중국에서 1년간 파견 생활을 하기도 하는 등 중국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저자는 우리가 미래 세대를 위해 “중국은 글로벌 헤게모니의 계획을 의도하고 있는가?”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역사에서 중국의 재부상이 이슬람의 테러리즘이나 러시아의 팽창주의보다 더 중요한지, 미국의 시대에서 중국의 시대로의 전환은 냉정한 현실이고 동시에 불가피한 것인지, 우리는 중국의 의지에 종속된 채 그들의 여정으로 서서히 빠져들 것인지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고자 한다.

「유럽의 심장 독일, 그리고 지도에서 드러난 영원한 혁명」에서는 신성로마제국의 962년 성립 당시와 1806년 해체 당시, 그리고 1871년 독일 제국의 비교, 동서 두 개의 독일과 재탄생된 현재의 독일 비교 등을 나타낸 붉은 선 지도를 제시하며,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그 어떤 국가보다 “빈번하게, 그리고 충격적으로” 바뀌어왔지만 그럼에도 재통일에 성공한 독일의 지정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독일은 1871년 첫 번째 통일 이전의 수많은 군소 국가부터 제1제국 또는 제3제국(나치 독일)에 이를 때까지, 수많은 지역 규모의 권력들로부터 대륙의 제국으로 도약해왔다.

저자는 통일 독일이 전(前)독일민주주의공화국을 법치주의, 연방헌법, 다원주의와 관용, 표현의 자유, 무엇보다 나치즘과 홀로코스트의 공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평화적인 정치 문화로 이끌며 “진정한 평화적 혁명”을 실천했고, “세계에서 가장 시민적인 국가 중 하나이며 인권을 존중하는 가장 발전된 모델”이자 “초식 권력”, 즉 “무기의 수단을 철폐하는 대신 경제적 영향력 행사를 선호하는” 국가가 되었다고 평가한다. 이렇듯 유럽의 운명이 독일의 손에 크게 달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변 국가들에 영향을 미치기를 주저하는 “소심한 강대국”으로서의 딜레마 또한 조명한다.

「러시아는 결코 지나치게 크지 않다」에서는 소련연방과 현재 러시아 영토 비교를 나타낸 붉은 선 지도를 제시하며, 과거 제국의 ‘차르’와 현재 러시아 대통령 푸틴 간의 연속성에 주목한다. 저자는 러시아를 “자신이 주변 국가들을 위협하도록 강요당했다는 열등감에 사로잡힌 거인”에 비유하며 논지를 전개한다. 공산당의 소수 엘리트 계층이 사반세기 동안 사유화를 주도했고 사실상 오늘날에도 변한 것이 없으며 20년 넘게 푸틴의 권위주의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련의 해체로 동독, 발트해 국가들, 우크라이나, 폴란드, 헝가리, 체코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그리고 중앙아시아의 여러 공화국들을 포함하고 있던 소비에트 시대의 붉은 선이 축소되었고, 이러한 영토들 중 일부는 나토에, 일부는 유럽연합에 흡수되었다. 푸틴의 러시아는 자신이 이러한 영토들을 빼앗기고 “축소된 영토”를 상속했다고 여기며, 거대한 영토와 강력한 군사력에도 불구하고 경제력은 빈약하다. 저자는 이러한 현재 러시아의 후진성에서 제국의 야망까지, 서양에 대한 복합적인 열등감에서 몰락하고 있는 유럽의 유일한 구원이라는 자기 확신까지 수많은 모순들, 푸틴이 과거 차르들로부터 물려받은 “공격적인 불안” 신드롬을 묘사한다.

이 밖에도 「인도의 희망은 어떻게 되었나?」에서는 영국이 지배하던 시기의 인도와 오늘날의 인도 비교를 나타낸 붉은 선 지도를 제시하며, 「돈이 많을수록 자유는 축소된다? 동남아시아의 멀고 먼 행복」에서는 1960년과 1980년 동남아시아의 1인당 국민소득 분포 비교, 「바티칸, 최후의 소프트파워」에서는 기독교 선교 활동의 세계 분포/가톨릭이 다수인 국가들, 「이민과 정체성, 지중해에 함몰된 이탈리아」에서는 솅겐조약의 유럽과 난민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세워진 새로운 국경선들/유럽을 목적지로 하는 이민의 주요 경로들, 「민주정치의 가변적 경계들」에서는 1966년의 정치권력 현황/1993년과 2015년 정치체제 비교, 「기술이 새로운 지리를 만든다」에서는 전 세계의 인터넷 보급률/인터넷과 검열, 「기후가 변하면 지도는 더 많이 변한다」에서는 1979년과 2016년 북극 빙하의 범위 비교, 「프로세코 포도주가 들려주는 글로벌화」에서는 이탈리아 포도주의 주요 수입국을 나타낸 붉은 선 지도를 제시하며 각 주제에 따른 지정학적 이야기를 전개한다.



세계가 미친 것처럼 보일 때,
우리는 무엇에 의지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상의 지정학적 붉은 선들을 수놓을 때에 균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 균형은 세계를 시간과 공간 양쪽 측면에서 폭넓게 바라보고 사유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가 당면한 절대 극복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심각한 문제들에 대해 그는 “결코 쉽지 않은 전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절망하거나 단언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트럼프’로 대표되는 전 세계적 우경화에 대해서도, ‘이 모든 게 다 트럼프 때문’이라고 하는 단순하고 손쉬운 함정에 빠지지 말 것을 요구한다. “우리를 고통스럽게 했던 문제는 그의 등장 이전부터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1980년대부터, 신자유주의 정책과 문화 헤게모니와 더불어 이탈의 조짐, 즉 항상 극단으로 치닫던 불평등, 더욱 강력해지는 로비 활동, 자본에 오염된 민주주의의 현상들” 말이다.

저자는 “세계가 미친 것처럼 보일 때, 우리의 모든 불확실성이 확산될 때 우리는 무엇에 의지할 수 있을까?” 묻는다. 저자가 제시하는 한 가지 답은 ‘고전’이다. 이 모든 ‘미친 세계’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같은 19세기의 위대한 작품들에 이미 언급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독서는 “이미 모든 것과 그 모든 것의 반대를 목격한, 우리보다 현명하고 명쾌한 한 증조부의 현명한 가르침을 마음 깊이 새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러한 생각이 지나치게 나이브하거나 원론적으로 보일 우려 또한 있지만, 세계를 시간과 공간 양면에서 사유하고 미래에 대비하려는 이에게는 꼭 필요한 자세일 수 있다.

“우리가 ‘역사’라고 부르는 것은 지극히 짧은 이야기로, 지구와 인간 식민주의 시대의 단 몇 초에 해당하는 극소한 부분에 해당한다”면, “즉,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일어났고, 우리는 불과 수천 분의 1나노초의 순수한 생존 논리에서 벗어나 치명적인 기술 능력을 소유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도마뱀과 같은 대뇌피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본다면 어떨까? 지금 전 세계에서 “우리의 동료들이 갈색이나 보라색 대신, 노란색이나 녹색에 투표한다고 해서 놀라워해야 할까?” 하루하루 절망을 갱신하는 우리에게 저자가 툭툭 던져놓는 질문들이다. 성마른 분노와 갈라치기에서 벗어나 멀리, 넓게 볼 때에만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 목차

추천의 말
서론

I 미국제국은 몰락하고 있는가?
II 서양은 중국을 죽이고 있는가?
III 유럽의 심장 독일, 그리고 지도에서 드러난 영원한 혁명
IV 러시아는 결코 지나치게 크지 않다
V 인도의 희망은 어떻게 되었나?
VI 돈이 많을수록 자유는 축소된다? 동남아시아의 멀고 먼 행복
VII 바티칸, 최후의 소프트파워
VIII 이민과 정체성, 지중해에 함몰된 이탈리아
IX 우파에 투표하는 서민들, 둘로 나뉘는 세계
X 민주정치의 가변적 경계들
XI 기술이 만드는 새로운 지리
XII 기후가 변하면 지도는 더 많이 변한다
XIII 바다는 갈라진 사람들을 합쳐준다

지극히 개인적인 소감-감사와 조언을 담아



✦ 책 속에서

모든 분쟁, 난민을 위한 통로가 다수 존재하는 모든 국경, 고통을 겪고 있거나 봉기한 모든 민중, 위협적이거나 공격적인 모든 정권, 새로운 기술로 영토를 정복한 모든 경우에, 누군가는( 지도에) 붉은 선을 표시하고 다른 누군가는 이에 항의하며 위반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미국의 리더십은 불안하게도 흔들리고 있으며 유럽은 무기력함에 빠져들고 있다. 정국이 불안하기 그지없는 이탈리아에서는 불공정한 경제의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서양의 자유민주주의 내부에서 독재의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으며 우리를 공포에 빠뜨리는 테러리즘의 위협도 증가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진정으로 새로운 분석 기준과 새로운 이념, 그리고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

_「서론」, 10쪽


나는 먼저 대양들에서부터 붉은 선을 표시해보려고 한다. 이 선은 미국제국의 건전 상태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이정표라 할 수 있다. 이 경우에 붉은 선은 국경선이 아니라, 미국의 군사력이 주둔하고 있는 해외의 여러 군사기지들을 연결하는 선이다. 나는 이러한 상상의 붉은 선을 해외 주둔 미 해군의 주요 기지들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표시했다. 모든 군사기지를 열거하지 않더라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군의 가장 중요한 기지는 일본과 한국, 그리고 괌에 위치하고 있다. 이 지역은 미 제7함대의 활동 영역이며 여기에는 호주와 뉴질랜드가 동맹국으로 함께한다.

_「미국제국은 몰락하고 있는가?」, 29쪽


신실크로드는 지중해, 중동 및 아프리카의 해안 지역과 더불어 제노바와 트리에스테 같은 이탈리아의 여러 항구들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중국이 건설하고 있는 도로, 고속도로, 철도, 항구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전체의 결속을강화한다. 게다가 위구르 분리주의가 발생하고 있는 이슬람국가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기회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독일의 지리학자이며 지정학자로서 히틀러의 최측근 심복이었고 나치 정권 시절 최고의 군사-외교 고문으로 악명이 높았던 카를 하우스호퍼가 지향했던 나치즘의 지정학적인 비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하우스호퍼에 따르면, 몰락하고 있는 국가들만이 안정된 국경을 원하고, 쇠퇴의 길에 접어든 문명만이 요새를 구축하여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한다. 반면, 발전하는 국가들은 성벽이 아니라도로를 건설한다. 따라서 오늘날의 중국은 자신의 문명 발전을 위한 신호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_「서양은 중국을 죽이고 있는가?」, 58쪽


수년간 여러 책들을 통해 나를 괴롭혔던 질문은 왜 독일이 통일 이후 자신의 규모와 부에 준하는 정치-문화적 헤게모니를 끝까지 행사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다. 역사, 즉 19~20세기의 끔찍한 기억들이 그 해답을 말해준다. 민주주의 독일은 소심한 강대국으로서, 주변의 국가들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자신의 우월함을 과도할 정도로, 그리고 공개적으로 행사하기를 주저했다. 나는 더 먼 과거로 눈을 돌려 신성로마제국의 지도를 보고 또 보면서, 시스템의 중심에 위치한 황제가 자신의 지역들에서 법을 제정하는 지방 권력들에게 많은 자치권을 부여했던 유형의 유럽으로 다시금 회귀한 것이 아닌가를 자문해보았다.

_「유럽의 심장 독일, 그리고 지도에서 드러난 영원한 혁명」, 120쪽


야만족의 침략과 경계를 접한 상태에서 저항하기 위해 러시아인은 그리스 정교의 신앙에 집착했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자기 자신이 유목민족과 아시아인,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슬람에 대항한 저항의 보루라고 상상하면서 민족적 전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러시아 최초의 민족서사가 형성되었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의 상이한 특징이 공존한다. 하나는 자신들이 완전한 유럽인이 아니라는 자의식이었고, 다른 하나는 유럽을 구원해야 한다는 확신이었다.

_「러시아는 결코 지나치게 크지 않다」, 148쪽


인도를 보여주는 지도는 무엇보다 내적인 사회-경제 지도이다. 카스트제도의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도 극복되지도 않았다. 오히려 모디 수상의 시기에 그 심각성이 다시 점화되었다. 그의 힌두교 정당인 인도 인민당도 정당 이념의 일관성을 위해 카스트제도의 상급 계급들뿐만 아니라 모든 힌두교도를 연합시켜야 했다. 그는 부분적인 성공만을 거두었다. 이는 모디 자신이 우타르프라데시 주정부의 총독으로 임명하기를 원하던 급진주의 사제, 요기 아디티야나트가 주된 역할을 했던 상징적인 에피소드였다. 아디티야나트가 자신이 통치하는 주의 한 마을 방문을 앞둔 시점에서, 부지런한 관료들이 카스트의 열등한 등급에 속한 마을 주민들에게 총독의 방문을 위해 비누와 샴푸로 씻을 것을 지시했다. ‘깨끗하지 못한’, 그래서 ‘만질 수 없는’ 카스트 계급의 개념을 자극하는 행위였다. 카스트제도의 지배 계급과 열등 계급 간 긴장은 계속해서 불용과 심지어 살인의 폭력으로 발전했다.

_「인도의 희망은 어떻게 되었나?」, 182쪽


자유롭지 못한 행복? 나는 중국에서 5년간 살았기 때문에 이 모델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권위주의 정권, 강력한 경찰력, 소수인종이나 소수종교에 대한 괴롭힘, 검열, 반대자들에 대한 체포, 일상적인 박해를 생생하게 관찰하는 것은 중국의 근대화 모델에 대한 찬사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한 효과적인 백신에 해당한다. 동시에 나는 아시아의 후진적인 농촌이나 지역들로 오랫동안 여행을 하고, 쓰촨성(또는 청두) 소수인종의 세 자녀를 양자로 받아들이면서도 극단적인 반대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즉, 이것은 근대화와 경제 발전을 경멸하고 비극과 불의, 환경 파괴만을 보려고 하는 서양의 속물근성이다. 오직 모든 것을 이미 다 가지고 있는 자만이 물질적인 행복을 멸시할 정도로 피상적일 수 있다.

_「돈이 많을수록 자유는 축소된다? 동남아시아의 멀고 먼 행복」, 252쪽


21세기인 지금도 강대국들의 지리는 가톨릭교회를 포함해야 한다. 우리 이탈리아인은 이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현실정치의 지지자들은 비무장 종교 세력의 소프트파워에 대한 회의론을 거두지 않는다. 이와 관련한 유명한 일화는 윈스턴 처칠이 그의 회고록에서 언급한 바 있다. 영국의 정치가에 따르면, 1935년의 모스크바회담에서 프랑스 외무장관 피에르 라발이 교황에게 호의를 베푸는 차원에서 러시아 가톨릭 신자들에게 유리한 조약을 소비에트 독재자 스탈린에게 요청했다. 처칠의 회고에 따르면, 당시 스탈린은 후대에 전설로 남은 유명한 질문을 했다. “교황은 몇 개의 사단을 보유하고 있습니까?” 물론 여기에서 사단은 군대의 사단 병력이나 기갑사단 등을 가리킨다. 당연히, 누구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련은 시간이 흐른 후에, 교황의 무시무시한 ‘소프트파워’를 알게 되었을 것이다.

_「바티칸, 최후의 소프트파워」, 272~273쪽


혈통주의에 대한 논쟁도 난민 문제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2017년 여름, 이러한 내용을 담은 법안이 상원에 상정되었지만 반대와 항의가 잇따라 제기되면서 그해 가을에 완전히 폐지되었다. 난민들의 도착과 이탈리아 시민권 획득을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하는 것 사이에 상관관계가 형성되었다. 이는 놀라운 일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은 그렇기도, 그렇지 않기도 하다. 이탈리아도 예외가 아니다. 시민과 비시민 간의 경계를 그어버리는 냉혹하고 민감하기 이를 데 없는 또 하나의 붉은 선이다.

_「이민과 정체성, 지중해에 함몰된 이탈리아」, 307쪽


글로벌주의 엘리트(이들은 평균 이상으로 공부했고 더 많은 돈을 벌고 있으며 보다 활력적인 대도시들에 거주한다)와 주권주의를 지지하는 ‘민중’으로 구분하려는 유혹을 떨쳐버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각각의 평가는 주관적이다. 이는 반드시 유효한 평가는 아니다. 좌파에 투표하지 않는 노동자는 “자신의 이익과는 반대로 행동한다”는 고정관념을 포함해, 모든 유형의 선입관에 유의해야 한다. 공부한 사람만이 자신의 정치적 선택에서 적게 실수한다거나, 또는 우리처럼 투표하지 않는 사람은 속임수에 넘어간 것이라는 생각 등은 위험하다. 이는 함정이며 최악의 직감에 빠지는 것이다.

_「우파에 투표하는 서민들, 둘로 나뉘는 세계」, 367~368쪽


톰슨이 핵심적으로 말하려고 했던 내용은, 정치 언어의 위기가 곧 민주정치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라는 것이다. 민주정치체제의 건강함은 우리가 서로를 잘 알고 우리와 다른 관점의 요점들을 잘 이해하며 공동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는 능력에 달려 있다. 정치 언어의 위기는 단지 기호학적인 병리학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악의 표시이며 또한 공적인 차원에서 공통된 규정들과 공유해야 할 예의, 그리고 우리를 서로 존중하게 만드는 시민 규약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정치 외에도 모든 ‘가짜뉴스’를 포함하는 주제에서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기후에서 백신에 이르기까지 과학을 부정한 것이 그것이다.

_「민주정치의 가변적 경계들」, 402쪽


그는 아르헨티나 작가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꿈, 즉 일대일의 지도가 구글 맵과 구글 어스로 인해 현실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일대일은 실측의 지도, 세계에 대한 실제 차원의 지도를 의미한다. 보르헤스는 초현실적인 환영의 마술사였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이해와 논리학의 한계를 냉철하게 증명했다. 일대일의 지도, 뉴욕만큼이나 거대한 동일 사본의 뉴욕 지도를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 이탈리아만큼이나 거대한 이탈리아 지도, 지구 자체만큼이나 거대한 지구 지도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오래전’, 즉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이는 어리석고 웃기는 일이었으며 동시에 실현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만약 이것이 상상이 아니라면, 보르헤스와 같은 전형적인 논리적 곡예가 원본을 대체한다는 것인가? 구글 어스는 높은 고도에 있는 인공위성에서 우리 사생활의 모든 구석구석을 포함한 전체적인 크기로 세계의 사진을 촬영하고 이미지들을 상상하는 것을 말한다. 구글 어스 내에는 필요 이상의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어떤 의미에서는 최후의 현실이라 할 수 있다.

_「기술이 만드는 새로운 지리」, 424~425쪽


경제적 부는 물 위기를 해결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 캘리포니아 외에도 또 다른 세계적인 자본 강대국인 중국이 이를 증명한다. 사막화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중국의 방대한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베이징은 많은 오염 물질을 동반한 끔찍한 모래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적 자원과 계획 수립의 능력이 충분한 국가들은 가장 오래된 전통에서 그 해답을 찾으려고 하는데, 이는 수로이다. 수로 전체를 이동시키기 위해 새로운 수로를 건설한다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완성을 앞두고 있다.
(…) 하지만 오늘날에는 기존 강들의 수로를 변경하거나 바꾸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여러 강 중에서 황허강과 같은 강은 연중 긴 기간 동안 수량이 현격하게 줄어든 상태를 유지한다. 중국이 티베트를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_「기후가 변하면 지도는 더 많이 변한다」, 489쪽


이탈리아성(Italianity)의 매력을 과도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은 이탈리아 기업들이 아니라(또는 그뿐만 아니라) 오히려 외국의 다국적기업들이었다. 그 후 다른 기업들도 이에 가세했다. 이 시기에 베이징과 상하이의 슈퍼마켓, 레스토랑, 쇼핑몰을 다니다 보면 자가당착의 모순이 수치스럽고 심각하며 불쾌할 정도였다. 새 천년에 태어난 중국인의 관심은 ‘차의 문명’에서 커피로 돌아서고 있었다. 젊은 세대는 이 같은 변화의 상징이었고 급작스럽게 항상 커피만을 마시길 원했는데, 이는 아마도 음료의 에너지 넘치는 이미지를 통해 자신의 부모 및 조부모 세대와 차별화하기 위한 것일지 모른다. 문제는 차에서 커피로의 대규모 취향 전환이 상당할 뿐만 아니라 갑작스럽고 비정해 보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이끈 초기의 두 거대 다국적기업은 중국의 전 지역에 분점들을 연 미국의 스타벅스와, 중상류층 가정들에 에스프레소 커피 기계를 판매하는 스위스의 네슬레였다.

_「바다는 갈라진 사람들을 합쳐준다」, 5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