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위에 군림하는 억만장자들
Ces milliardaires plus forts que les Etats (2024년)
: 거대 자본으로부터 삶의 주도권을 되찾아오는 법
사회과학 / 경제
크리스틴 케르델랑 지음 | 배영란 옮김
19,000원 | 308쪽
ISBN: 979-11-93482-11-7
2025년 3월 11일 출간
✦ 책 소개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제프 베이조스, 세르게이 브린, 래리 페이지, 빌 게이츠. 이제 우리 삶을 좌우하는 결정들은 정부가 아니라 이 ‘한계를 거부하는 혁신적인’ 억만장자들의 머릿속에서 내려지고 있다!
언론, 의료, 쇼핑, 외교, 국방, 소셜미디어, AI, 우주산업 등 전 세계 모든 분야의 시스템을 장악한 이 여섯 억만장자는 모두 미국 국적을 가진 백인 남성이며 서른 살쯤에 막대한 부를 얻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한계가 있다는 점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화성 이주, 우주 정착촌 건설, 인간 뇌와 기계의 융합, 불로불사 연구, 초지능인공지능 개발 등으로, SF영화에 나올 듯한 꿈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 억만장자들은 대체 어떤 세상을 꿈꾸는 걸까? 그리고 이들의 비전과 이상은 현재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가져오고 있을까? 이들이 정부에 막대한 자원을 쏟아부으며 로비하거나 아예 스스로 정부 요직에 앉는 이유는 결코 돈 때문만이 아니다. 한계가 많은 지구를 떠나 불로불사의 ‘증강인간’이 되어 AI의 도움으로 안락한 삶을 사는 꿈을 실현하는 데 정부 따윈 방해가 되기에, 아예 스스로 조종대를 잡는 것이다. 저자 크리스틴 케르델랑은 결코 소수의 인물이 우리의 미래를,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마음대로 결정하도록 내버려둬선 안 된다고 역설한다. 여섯 억만장자 개개인에게 어떤 미시사가 있고 그들의 ‘메시아적 소명’은 무엇인지, 이들의 비전과 파괴적인 기술력이 어떻게 결합되어 있는지, 우리는 어떻게 주도권을 되찾아올 수 있는지 등의 다양한 이야기가 이 한 권의 책에 모두 담겨 있다.
✦ 지은이
크리스틴 케르델랑(Christine Kerdellant)
프랑스의 저명한 경제 저널리스트. 1987년에 언론계에 발을 들인 이래로 《피가로매거진(Figaro Magazine)》, 《렉스프레스(L’Express)》, 《렉스판시옹(L’Expansion)》, 《뤼진누벨(L’Usine Nouvelle)》 등의 수많은 매체에서 편집국장 또는 편집부국장을 맡아왔다. 현재는 《레제코(Les Échos)》에서 ‘견해와토론’ 섹션을 책임지고 있다. 2015년에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전기 『알렉시스(Alexis)』를 발표해 호평받았으며 2017년에는 구글의 폐해를 고발한 『늑대의 구글에서(Dans la Google du loup)』를 출간했다. 지금까지 『귀스타브 에펠의 삶(La Vraie vie de Gustave Eiffel)』, 『자본주의의 자살(Le Suicide du capitalisme)』 등을 포함해 20여 권의 책을 발표하였다.
✦ 옮긴이
배영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에서 순차통역 및 번역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동 대학원에 출강하며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여성의 역사』, 『빌 게이츠는 왜 아프리카에 갔을까』, 『왜 고기를 안 먹기로 한 거야?』, 『꿀벌과 철학자』 등 여러 책을 옮기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번역에 참여했으며, 고갱전, 밀레전, 모딜리아니전, 르누아르전, 오르세 미술관전, 라울 뒤피전 등 주요 전시의 도록 번역 작업을 진행했다.
✦ 출판사 서평
● 왜 애플보다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제프 베이조스가 더 위험한가?
‘한계를 거부하는 천재들’인 억만장자 개개인의 미시사를 파헤치면서,
전 세계의 시스템을 장악한 전략과
이들이 꿈꾸는 ‘인간다운 삶’을 해부하다!
일론 머스크(X, 테슬라, 스페이스X),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세르게이 브린&래리 페이지(구글),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이 6명의 억만장자들의 공통점은 언론, 의료, 쇼핑, 외교, 국방, 소셜미디어, AI, 우주산업 등 전 세계 모든 분야의 시스템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모두 미국 국적을 가졌고 서른 살쯤에 막대한 부를 얻었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한계가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신이야말로 인류를 구할 ‘구세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오랜 세월 프랑스의 유수 경제지들의 편집장을 역임해온 베테랑 저널리스트 크리스틴 케르델랑은 고작 6명의 테크계 억만장자들이 80억이 넘는 전 세계인의 삶을 결정 짓고 있는 현실에 큰 위기감과 문제의식을 품었다.
그런데 왜 소위 거대 기업블록인 ‘GAFAM(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자체가 아니라, 이 여섯 억만장자가 21세기판 ‘강도 귀족(Robber Baron)’이라 불리며 더욱 위험한 존재로 간주될까? 왜냐하면, 전 세계인에게 큰 영향을 미친 브랜드인 애플이나 억만장자 TOP10 리스트에 자주 오르는 LVMH의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 버크셔해서웨이의 회장 워렌 버핏 등은 우리를 화성에 보내고, 뇌에 칩을 심어 ‘증강인간’으로 만들고, 죽음을 정복하고, 모든 시민이 실시간으로 감시받는 스마트시티를 만들고, 스스로 정부 요직을 차지해 우리 사회를 이원화하겠다고 덤비지 않기 때문이다.
2024년에 프랑스에서 출간된 이 책은 ‘초국가적인 기업’들을 분석하는 게 아니라, 그 초국가적인 기업들을 지휘하는 억만장자들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시대를 읽고 있기에 트럼프 정부 2기에 들어선 현재 더욱 가치가 있다. 트럼프 정부는 재산이 1조 원(10억 달러)이 넘는 핵심 인사가 13명에 달해 말 그대로 사상 초유의 ‘억만장자 정부’인데 그 어떤 나라도, 어떤 사회 조직도 여기에 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억만장자 인사들은 트럼프 취임과 동시에 재산을 더욱 불렸고, 현재 전 세계를 쥐락펴락하며 자신들만의 극우적인 신념을 모든 사람에게 강요하고 있다.
게다가 이 억만장자들은 자신들이 선거로 심판받을 일이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예를 들면 일론 머스크는 2023년 프랑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통령은 행동의 자유가 많이 제한되어 있다”고 속내를 명확히 밝혔다. 스스로 대통령이 된다면 자신의 화성 이주 프로젝트나 전기차, 암호화폐 사업 등이 실행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 것이다. 일론 머스크를 다룬 팟캐스트 프로그램을 방송한 하버드대학 사학자 질 르포어 역시 일론 머스크가 “스스로를 대통령 위에 있는 존재로 인식”한다고 일찌감치 분석했다. 이렇게 소수의 인물이 정부 위에 서서 우리의 미래를,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마음대로 결정하도록 내버려둬야 할까? 저자 크리스틴 케르델랑은 우리가 아직 늦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한다.
● 탈진실, 효율적이타주의, 약육강식,
트랜스휴머니즘, 장기주의, 우생학, 기술권위주의로
점철된 ‘새로운 시대정신’의 도래.
나의 가족은 ‘엘리트’가 될 것인가,
아니면 ‘미래의 침팬지’가 될 것인가?
그런데 이 억만장자들은 왜 스스로를 인류를 구원하는 구세주라고 생각하면서 우리의 존재 자체와 삶의 방식을 영원히 변화시키려고 할까? 자신의 비전이 인류를 더 나은 존재로 만들고, 더 나은 세상으로 이끌고 있다고 ‘진심으로’ 믿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자신의 모든 프로젝트는 ‘자선사업’이다. SF소설의 오랜 팬인 이들은 한계 많은 지구를 벗어나 인류를 화성으로 데려가거나 대형 우주선에서 살게 하기 위해 막대한 자원을 투자하고, 인간 뇌와 기계의 융합을 통해 ‘증강인간’을 만드는 트랜스휴머니즘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연히 죽음을 정복하는 것 또한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그래서 생명공학 연구소를 세우고 유전자 조작에 몰두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의 밑바탕에는 AI 기술이 깔려 있기에, 모두가 마지막 성배인 ‘초지능인공지능’ 개발을 향해 숨 가쁘게 달려가는 참이다. 언젠가 그 초지능인공지능이 우리 인류를 몽땅 쓸어버리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이 테크계의 천재 억만장자들은 자신의 ‘전지전능함’을 믿기에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 믿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각각의 억만장자들이 자신의 시각과 신념을 바탕으로 그려본 미래만이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이 억만장자들은 ‘진실’이 자신의 손안에 있다고, 즉 자신이 믿는 것이 곧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탈진실’ 신봉자들이다. 이들이 만든 알고리즘, 서비스, 플랫폼이 현재의 극우주의자들을 길러낸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2021년 미국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결집해 연방의회의사당을 습격해 5명이 숨진 사건이나 2025년 초 한국 법원에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들이 현재 부단히 만들고 있는 이 ‘유토피아’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살아가게 될까? 혹은 ‘사람답게’ 살 자격을 얻을까? 이미 효율적이타주의, 장기주의, 트랜스휴머니즘은 실리콘밸리 전체의, 그리고 이 억만장자들의 시대정신이 되었다. 하지만 많은 철학자와 기술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사회적, 정신적 대비가 하나도 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억만장자들의 비전은 우리를 서로 다른 두 가지 속도로 나아가는 사회에서 살게 할 가능성이 있다. 한쪽에선 기억, 지능, 수명 등이 ‘증강된’ 사람들이 살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를 원치 않거나 혹은 원해도 돈이 없어서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사는 것이다. 후자의 사람들은 “미래의 침팬지”가 되어 다른 인간의 지배를 받게 될 테다.
불과 20여 년 만에 이 플랫폼 제국의 억만장자들은 무한한 권력과 부를 소유하며 각국 정부의 공공 재원을 앗아가고 민주주의를 몰락시키고 있다. 디지털 주권 또한 일찌감치 이들 손에 떨어진 상태다. 이렇게 폐해가 심각하고 심지어 정부의 고유 역할들을 대신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막기는커녕 막을 의지조차 없는 상태다. 오히려 트럼프는 2025년 1월 미 대통령 취임사에서 일론 머스크의 화성 이주 프로젝트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화성에 성조기를 꽂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런 암울한 상황 속에서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억만장자들을 확실히 규제하는 데 성공한 중국의 사례를 곁눈질해봐야 할까?
● 진정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
억만장자들로부터 삶의 주도권을 되찾아오는 법.
중국은 알리바바의 마윈을 비롯한 다수의 억만장자들을 효과적으로 규제하고 이들을 다시 ‘겸손’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백색 고문’과 ‘납치’ 등으로 이루어진 중국의 방법을 민주 시민들이 허용할 수 있을까? 또한 중국 정부가 행한 마구잡이식 기업 분할은 기업들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자국의 AI 연구에도 지장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저자는 조세, 경제, 민주주의, 사회 면에서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각국 정부가 페이스북의 화폐 출시를 막아냈던 사건을 예로 들면서 전 세계적인 조세 제도 공조를 역설하고 여러 법적 조치의 장단점을 꼼꼼히 따져본다. 더불어 디지털 속국으로 떨어지지 않는 유일한 해법은 각국이 자국의 우수한 디지털 기업들을 성장시키는 것뿐이라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저자는 억만장자들의 소셜미디어가 민주주의에 가하는 위협을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도 인정하면서 전체 알고리즘의 초기화를 제안한다. 너무 대담하고 실현하기 어려운 방책이라고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억만장자들은 화성 이주나 불로불사 같은 비현실적인 꿈을 실제로 현실화하고 있다. 우리도 무력함과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고 저들처럼 대담한 해결책을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
한편, 이 테크계 리더들은 뻔뻔하게도 자신의 자녀에게는 전자기기를 허용하지 않거나 전자기기 사용이 금지된 학교로 입학시키고 있다. 세상의 모든 청소년을 전자기기 중독으로 만들고 있으면서 말이다. 저자는 당연히 콘텐츠 필터링 센터 개설을 강력히 요구해야 하며,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 시간을 법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알베르 카뮈는 『최초의 인간』에서 “사람은 스스로 절제할 능력이 있다”고 했으나 지금은 이 사회와 현대 문명 전체가 절제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야 전지전능한 힘을 갖고 맹목적으로 행동하는 소수의 의지를 꺾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트럼프 정부에서 활개 치는 일론 머스크를 비롯한 억만장자들을 비난하지만 사실 이들의 진짜 목적과 이상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별로 없다. 일론 머스크가 정부에 개입하는 작금의 행위를 그저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한 횡포로만 오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의 ‘메시아적 소명’을 이해하고, 이들의 비전과 파괴적인 기술력이 어떻게 결합되어 있는지 안다면, 이미 무한대의 재산을 가진 이들이 장차 이 땅에 어떤 사회를 만들고 우리를 어떻게 영원히 바꾸어놓을지 짐작할 수 있다. 일찌감치 이들은 좋든 나쁘든 우리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앞으로도 혁신적으로 바꿔놓을 생각이며 우리가 이에 대해 건전한 논의를 하는 공론장을 만들지도 못하게 막는다.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또 다른 ‘억만장자 정부들’이 연이어 탄생할 것이다. 우리는 더 늦기 전에 공조하고 맞서 싸우면서 억만장자들에 대한 규제를 요구해야 한다. 정부가 막지 못한 재벌들의 횡포를 ‘한 줌’ 시민단체가 막은 사례가 역사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 목차
한국 독자들에게
서문: ‘시스템’을 좌우하는 힘
소득세마저 회피한 제프 베이조스 |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는 일론 머스크 | 선악에 대한 개인의 판단 | 우주 캡슐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제프 베이조스 | 전 세계 보건 분야를 다스리는 빌 게이츠 | 부자들에게만 가능한 불멸의 세상 | 위험에 노출된 청소년들 | 선거의 심판이 필요 없는 억만장자들 | 민주주의의 퇴보 | 21세기의 ‘강도 귀족들’
1장: 일론 머스크, 스스로를 신이라 여긴 사나이
천덕꾸러기였던 청소년 시절 | 화성에 정착촌 건설하기 | 테슬라의 파괴적 혁신 | 효율성과 기상천외한 비전 | 권력의 원천 | “5년 후, 여러분은 끝납니다” | 실패 사례로 웃긴 영상 제작하기 | 혁신하려면 먼저 실패하라 | 먼저 온 사람이 임자 | 일론 머스크의 “그림자 통치” | 인간과 기계 융합을 위한 뇌 임플란트 사업 | AI에 대한 이중성 | 직원 다섯 중 넷을 해고 | X로 야기된 금융 위기 | ‘탈진실과 대안적 사실’ 신봉자 | 은행 자리를 넘보는 X | 비전과 파괴적인 기술력
2장: 마크 저커버그, 최고의 꼭두각시 조종사
페이스북의 폐해 이미 알고 있는 마크 저커버그 | 사죄의 화신 | 수익 최우선주의 | 최고의 해를 넘어 | 이용자의 모든 정보를 보관하는 페이스북 | 8,700만 명의 개인정보 탈취 | 베끼거나 통째로 사버리거나 | 사회 작동 구조를 해체하는 소셜미디어 | 분열을 조장하는 페이스북 | 전 세계인에게 불행을 가져온 원흉 | “페이스북이 사람들을 죽인다” | 공짜로 뉴스를 퍼 나르다 | 광고 시장의 변화 | ‘설득’의 기술 | 뷰티 필터 성행과 성형 수술 증가 | AI의 절대 신봉자
3장: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죽음을 정복하려는 자들
기술의 힘으로 모든 것을 풀어내는 해결사들 | 이용자의 모든 것을 알아내는 구글 | 정보부 및 국세청과의 공조 | 언론사는 광고 시장을 ‘민영화’하기 위한 발판 |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수익 극대화 | 글로벌 법인세율로도 부족 | 부자의 관심은 어디로 향할까? | 베일에 싸인 회사 캘리코 | 미래에 대한 예언의 위험성 | 마운틴뷰에 있는 트랜스휴머니즘의 교황 | 금기의 부재 | 엘리트와 침팬지
4장: 제프 베이조스, 모든 곳에 존재하는 자
1,000명의 모차르트와 아인슈타인 | 무중력 상태가 집파리에게 미치는 영향 | 120여 개 스타트업 기업을 집어삼킨 아마존 | 손 놓은 트럼프 정부 | 토이저러스를 무너뜨린 제프 베이조스 | 의료 시장에 대한 집착 | 아마존의 진짜 돈벌이 | 의존할 수밖에 없는 클라우드 서비스 | ‘스타트렉’ 세계관 안에서 게임 중 | 최초의 우주 관광객 | 영생의 비결을 찾아서 | 이원화된 사회
5장: 빌 게이츠, 인류의 구세주
전 세계 보건 분야를 다스리는 통치권자 | 미국 소프트파워의 상징 | 부모와의 싸움에서 이긴 아이 | 통제에 집착하는 천재 | 빌 게이츠의 ‘반인류 범죄’ |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주소록 | 인간-컴퓨터 인터페이스 | AI에 대한 태도 전환 | 성배를 향한 싸움의 시작
6장: 억만장자들을 굴복시킨 중국
동물적인 냄새가 났다 | 은행이 변하지 않는다면 바꿔야 한다 | 한계에 다다른 시진핑의 인내심 | 너무 위험한 존재가 되어버린 앤트그룹 | 상장 폐지와 그룹 분할 | ‘백색 고문’을 당한 마윈 | 겸손함을 다시 배운 재벌들 | ‘시정 조치’를 받은 70여 개 기업 | ‘정신적 아편’과 다름없는 소셜미디어 | 검열과 통제에 가로막힌 AI 연구 | 시진핑의 승리
7장: 정부 없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전자기기 금지된 학교로 입학 | 무책임하고 미성숙한 권력 | 효율적이타주의 신봉자들 | “어머니 일이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 우리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 AI 우리 안에 들어온 늑대 | 정부의 이중고 | 유럽 주권을 위협하는 클라우드법 | ‘진리’는 내 손안에 있다 | 영원히 죽지 않는 미국식 삶의 방식 | 〈블랙미러〉는 우리의 미래일까?
결론: 주도권을 되찾는 방법
조세, 경제, 민주주의, 사회 | 각 위험에 따른 다양한 대책 | 리브라 출시를 막은 정부들의 공조 | 강한 정치적 의지 필요 | 독점 기업 분할 |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소송 증가 | 마을로 돌아온 보안관? | 개인정보 보호 시스템의 허점을 해결 | 우리는 디지털 속국이 아니다 | 전체 알고리즘 초기화 | AI 선무당에 대한 경계 | 콘텐츠 필터링 센터 개설 | 디지털서비스법과 디지털시장법의 효력은? | “사람은 스스로 절제할 능력이 있다” | 새로운 이상적인 인간상 제안
감사의 말
주
✦ 책 속에서
이 책의 문제 제기 대상은 여섯 개인이지 일명 ‘GAFAM’으로 통칭되는 거대 기업 블록 자체가 아니다. 물론 이 테크계 재벌들의 기업이 그들이 가진 힘의 원천이기는 하다. 하지만 창업주 각 개인의 행동이 기업의 행보와 일치하진 않는다. 게다가 일론 머스크의 회사는 GAFAM에 포함되지 않지만 그 역시 초유의 힘을 가진 억만장자다. 또한 GAFAM의 일원인 애플은 반독점 상황이 아니라서 독보적인 권력을 갖고 있지 않다. 중국과 한국에 막강한 대항마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애플 신화를 만들어낸 창업주 스티브 잡스가 살아 있었다고 해도 그는 ‘시스템’을 좌우하는 이 소수의 억만장자 대열에 끼지 않았을 것이다.
-14~15쪽
인류의 삶을 바꿔놓거나 미래 세대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상황이라면 정부는 결정하기에 앞서 전문가 집단의 고견을 듣고 민주적인 공론의 장을 마련한다. 하지만 테크계 억만장자들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자신들이 좋다고 믿는 것이 모두에게도 좋다고 생각한다. ‘죽음’이란 하나의 ‘문제’ 상황이고, 모든 문제에는 응당 해법이 존재한다. 그러나 윤리적인 문제는 차치하고, 만약 젊음의 묘약이라는 게 (저들에 의해) 발견되어 누구나 쓸 수 있게 될 거라 믿는다면 지극히 순진한 발상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약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돈 많은 부자들뿐이다.
-25쪽
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지구를 지키고 지구인을 구하러 세상에 내려왔다고 진심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믿음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구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억만장자들의 공통점이다. 또한 저들의 성공 비결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은 회사를 세운 뒤 설립 이유를 찾아내지만 이들은 이미 머릿속에 품은 채 회사를 세운다. 이들은 오랜 꿈을 실현하기 위해 회사를 만들고, 포부가 더 큰 이들에게 회사란 자신의 메시아적 발상을 구체화하기 위한 도구에 해당한다. 이들에겐 이 땅의 인류를 구하기 위한 원대한 계획이 있다. 인류가 이를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리 중요치 않다.
그런데 일론 머스크는 권력을 좋아하긴 해도 정부 권력을 바라진 않는다. 2023년 프랑스2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미 대통령은 행동의 자유가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라고 얘기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이 기업인이라서 더 큰 힘과 더 적은 제약을 누리고 있다고 여긴다. “만약 내가 대통령이라면 화성이나 달에 로켓을 보내지 못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즉 대통령으로서는 그가 지상에 내려온 ‘소임’을 다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43~44쪽
일론 머스크의 손안에 든 펜타곤 직원들은, 《뉴요커》 기자 로넌 패로의 표현대로라면 “공황에 빠졌다.” 어떤 사람은 인터뷰 질문에 답하기 전에 일론 머스크에게 그래도 되는지 허락을 구했다고 한다. 취재 기사에서 로넌 패로는 스페이스X에 의존하는 미 정부가 일론 머스크의 예측 불가능한 반응에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 보여주었다. 조 바이든 정부의 국방 정책 차관을 지낸 콜린 칼도 인정했다. 그는 “일론 머스크가 정식 외교관이나 공직자는 아니지만 이번 전쟁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그렇게 대우해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라고 했다. 《뉴요커》 기사는 꽤 반향이 컸고 미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은 스페이스X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미국의 대외 정책이 억만장자 하나에 의해 결정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62쪽
애플 전 프랑스 지사장 장루이 가세는 “이미 전 세계인의 대통령인데 귀찮게 미국 대통령은 왜 되겠느냐”라고 농담했다. 이미 전 세계 30억 명 위에 군림하는 상황인데, 무엇 하러 미국인 3억 3,300만 명을 다스리느라 힘을 빼겠느냐는 말이다. 실제로 페이스북 대표는 ‘일개’ 정부 수반보다 더 막강한 권력을 쥐었으며 굳이 대통령 자리를 탐낼 이유가 없다. 일론 머스크만큼 대놓고 말한 것은 아니지만, 둘 다 생각은 같다. 대통령이 쥔 권력은 자신들의 힘보다 더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85~86쪽
페이스북과 구글은 진출한 모든 나라에서 전체 디지털 광고 수익의 50~80퍼센트를 가져간다. 기존 언론사의 광고 수익 대부분을 갈취해간 것이다. 이들은 언론사의 기사들을 그대로 가져다가 자사 서비스로 제공해 매출액을 끌어올리고도 해당 언론사나 기자에게는 단 한 푼도 주지 않는 뻔뻔함을 보였다(오히려 자연스레 기사 홍보가 되니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는 설명을 내밀곤 했다). 무료로 가져다 쓴 이 기사들은 빌려 쓰고도 갚지 않은 빚이나 마찬가지라서, 미국의 테크계 억만장자들은 그 덕에 재산을 불렸지만 재정 균형이 무너진 수백 개 언론사는 간판을 내려야 했다. 알렉시 드 토크빌 말마따나 양질의 언론은 자유를 위한 민주적 도구다.
-128~129쪽
‘죽음을 정복’하기 위해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앞서 살펴본 대로 캘리코라는 회사를 세웠다. 노화 과정을 연구하는 회사로, 주축 인물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의 분자생물학 명예교수인 신시아 케니언이다. 선충의 노화 속도를 생물학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연구를 발표해 이름을 알렸다. 간단한 유전자 조작으로 선충의 수명을 두 배로 늘린 신시아 케니언은 이러한 유전자 조작이 포유류에게도 적용될 수 있으며 인간 수명 연장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래리 페이지를 설득했다. 생명공학 기술로 죽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관련 앱과 혁신 제품들로 이루어질 무궁무진한 시장이 부수적으로 따라온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치료 연구 회사 애브비와 함께 그 원대한 목표에 걸맞게 캘리코에 무려 15억 달러를 지원해주었다.
그런데 오늘날 캘리코의 부사장까지 올라간 이 생물학자에게 구글이 전권을 위임한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새로운 성과에 대한 소식이 없다. 기업이 성과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면 새로이 발견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뜻일까?
-138쪽
따라서 인류는 언제나처럼 서로 다른 두 가지 속도로 살아갈 우려가 있다. 한쪽에선 기억, 지능, 수명 측면에서 기본 역량을 확장하거나 기계로 이식되는 것까지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살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를 원치 않거나 혹은 원해도 돈이 없어서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사는 것이다. 후자의 사람들은 영국의 사이버네틱스 학자 케빈 워릭의 말마따나 “미래의 침팬지”, 인류의 ‘아종’이 된다. 신체 능력 확장을 거부하고 노화하는 사람 혹은 충분한 재력이 없는 사람은 영장류 취급을 받고 다른 인간의 지배를 받게 된다. 고대인과 현대인을 둘러싼 신구 논쟁은 끝나며 이제 트랜스휴머니스트들과 생명보수주의자들의 싸움, 기술진보주의자들과 생명공학반대론자들의 싸움이 시작된다. 그리고 이 싸움에서 전자는 불가피하게 후자보다 우위에 있다. 구글 창업주들은 인간에서 포스트휴먼으로의 전환을 이끌 것이다. 원래 하던 사업 덕분만이 아니라 다수의 테크 기업을 인수해 영역을 확장하면서 로봇공학, 컴퓨터공학, 검색 엔진, AI, DNA 시퀀싱, 나노 기술 등, 트랜스휴머니즘을 실현할 모든 기술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러한 꿈을 꾸는 건 구글 창업주들만이 아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뉴럴링크를 세운 일론 머스크 역시 방식은 좀 다르지만 인간과 기계의 융합을 택했다. 인간 뇌에 칩을 이식하려 하기 때문이다. 사실 테크계에서 트랜스휴머니즘은 시대정신의 일부다. 비유적 의미에서나 문자 그대로의 의미에서나 스스로를 뛰어넘고 극복해야 할 필요성은, 미래를 낙천적으로 관망하고 더 많은 부에 집착하는 실리콘밸리 사람들에겐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오늘날의 세계를 지배하는 새로운 주인들은 서른 살이 되기 전에 전 지구에 대한 주도권을 쥐었다. 세간 사람들에게 금기시되는 것들이 저들에겐 그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한 요인일 뿐이다.
-144~145쪽
제프 베이조스는 인류가 에너지 소비를 현저히 줄이거나 탈성장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한 이러한 우주 캡슐 건설이 지구를 구할 유일한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우리보다 더 힘든 삶을, 혹은 더 가난한 삶밖에 경험하지 못할 테니 우주의 다른 공간으로 이주해 사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이 모든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태양계로 나간다면 사실상 무한한 자원을 누릴 수 있다. 이건 쉬운 선택이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이제 빨리 실행에 옮기기만 하면 된다.” 아마존 창업주는 여러 행성을 아우르는 새로운 문명의 부상에 일조하고자 하며, 근미래에 이러한 문명이 완전히 자리를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 제프 베이조스는 인류가 태양계로 나아간다면 태양계에 1조 명이 살게 될 것이며 “우리에게 1,000명의 모차르트와 1,000명의 아인슈타인이 생길 것”이라며 흥분했다. 하지만 그만큼의 푸틴과 트럼프도 생기지 않을까?
-156쪽
그로부터 8년 후, AI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많은 전문가가 AI의 비약적인 발전을 우려했지만 빌 게이츠는 기존과 다른 태도를 보였다. 오픈AI 덕분에 시장을 선도하게 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주는 더는 AI 연구 중단에 대한 이야기를 입에 담지 않은 것이다. 2023년, 빌 게이츠는 연구를 유예한다고 해서 미래가 걸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보다는 AI의 개발 성과를 잘 이용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전 세계가 다 함께 AI 연구를 중단하는 게 과연 의미 있는 일인지 되물었다. “누가 AI 개발을 중단할 수 있다고 말하는지,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중단에 동의할지, 왜 중단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쯤 되면 슬슬 빌 게이츠도 마크 저커버그처럼 AI에 대한 지식이 모자르다고 비웃는 일론 머스크의 중얼거림이 들리지 않는가?
-200쪽
《레제코》가 보도한 대로 중국은 2012년 시진핑이 집권한 뒤 “기업인들이 증발하는” 나라가 되었다. 신임 주석이 된 시진핑의 반부패 운동의 일환으로 부유한 기업인 수십 명이 종적을 감추거나 당국에 체포됐고, 일부는 싱가포르, 미국, 캐나다, 호주 등지로 망명했다. 약간의 재산과 함께 아내와 아이만 일단 해외로 빼돌리는 사람도 있었다.
정부는 우선 정치인과 공무원을 타깃으로 삼았고 이후 국영 대기업 지도층이 단속 대상이 되었다. 그다음에는 에너지, 통신, 부동산, 금융 산업의 민간 기업 운영진도 정부의 포위망에 들어갔다. 이런 식으로 중국에서 1년 동안 억만장자 600명 중 60명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나타나는 이들도 있었지만, 사형에 처해졌거나 아직 감옥에서 썩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중국 최대의 계육 생산업자 쑨다우, 투자 은행 차이나르네상스의 공동 창업주 바오판, 부유한 은행가 리화이칭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금융계의 또 다른 큰손으로 고위층 자제들의 은행가로 통하던 샤오젠화 회장도 홍콩에 있는 호텔에서 눈이 가려지고 휠체어에 태워진 채 끌려갔다.
-217쪽
2011년 고인이 된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자녀들 또한 아이패드가 출시됐을 때 이를 사용해본 적도 없었다. 스티브 잡스는 “우리 집에서는 아이들의 전자기기 사용을 제한한다”1고 말했다고 한다.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뉴욕타임스》를 통해 전하길, “매일 저녁 스티브는 주방에 있는 크고 긴 식탁에서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며 책, 역사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했지요.” 스티브 잡스 집이든 빌 게이츠 집이든 식사 중에는 절대 전자기기를 볼 수 없었다.
페이스북 창업주 마크 저커버그는 2017년, 새로 태어난 딸 어거스트에게 공개적인 편지를 썼다. 내용인즉슨 ‘밖에 나가서 놀라’는 것이었다. 아이가 꽃향기를 맡고 나뭇잎을 모으며 놀았으면 좋겠다고 적었단다.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232쪽
테크계 억만장자들은 이러한 효율적이타주의에 빠져 있다. 효율적이타주의를 미래로 확대 적용한 장기주의(Longtermism) 역시 신봉한다. 장기주의 관점의 바탕에는 각각의 생명은 똑같은 가치를 지니기에 가능한 한 많은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따라서 시대 구분 없이 모든 생명이 똑같은 가치를 지니며 수억만 년 후에 태어날 세대 또한 오늘날의 세대와 똑같은 가치를 갖고 있다고 여긴다. 그러니 우리는 하루빨리 우주 개척의 꿈을 실현해야 한다. 우주 정착촌 건설이 1년 늦어질 때마다 그만큼 우주에서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잃기 때문이다.
-241쪽
마크 저커버그,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등이 대부호가 될 수 있었던 건 천재적인 재능을 바탕으로 검색 엔진이나 온라인 쇼핑몰, 소셜미디어 등을 발명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특히 그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디지털 사회를 상상하고 구상했다. 데이터 사용에 관한 원칙도, 경쟁 원칙도, AI 개발 원칙도 모두 스스로 결정했다. 사생활이나 디지털 윤리에 관한 문제도 직접 결정했다. ‘좋아요’ 중독에서 뇌 임플란트에 이르기까지 사회를 근본적으로 뒤바꾸어놓을 사업들을 소리 소문 없이 진행한 이들에게 우리의 선택권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다. 이들은 누구의 비판이나 지적도 고려하지 않았으며 정부 권력까지 밀어냈기 때문이다. 응당 정부 차원에서 진행해야 할 일을 대신하는 차원을 넘어서 우리의 민주주의까지 심각하게 뒤흔든다. 우리의 정치 모델과 심지어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인식까지 위협한다.
이러한 기술적 폭력에 대응하고 자유를 되찾으려면, 민주적 절차와 범위 내에서 규제를 시행하는 동시에 젊은 세대에게도 광고와 쇼츠 콘텐츠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을 보여줘야 한다.
-296~29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