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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책들의 도서관
The Madman‘s Library (2020년)
: 희귀 서적 수집가가 안내하는 역사상 가장 기이하고 저속하며 발칙한 책들의 세계


인문 > 역사, 서지
에드워드 브룩-히칭 지음 | 최세희 옮김
33,000원 | 296쪽
ISBN: 979-11-93482-03-2
2024년 3월 11일 출간


[서점 링크] 교보문고 | 예스24 | 알라딘



✦ 책 소개

『해리 포터』에 등장하는 책장을 펼치면 소리를 지르는 책, 이빨이 달려 펼치려는 손을 뜯어 먹으려는 책,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 등장하는 상처를 주고, 중독시키며, 생명까지 빼앗을 수 있는 책… 상상 속에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초현실적인 책들이 현실에도 있다면 어떨까?

『이상한 책들의 도서관』은 살상을 저지르는 책, 투명한 책, 너무 커서 다음 페이지로 넘기려면 모터를 동원해야 하는 책, 너무 길어서 우주를 파괴하고도 남을 책, 악마를 소환하는 책, 유령이 쓴 책, 사람의 피와 살로 만들어진 책, 먹거나 입을 수 있는 책… 너무 기이하고 창피해서 정전正傳의 역사에서 배제되어 자취를 감춰버린 온갖 희귀 서적들을 가득 모아 소개한다.

금기와 규범을 어기고, 선택받지 못한 대신 마음껏 자유로워진 책들과 만나며 책의 세계를 새롭게 탐험해보자. 쓸데없고 이상한 책들의 세계가 궁금한 사람들, 버려진 것들에도 의미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 유익한 것과 해로운 것을 가르는 경계에 대해 질문하려는 사람들, 전에 없이 너른 시야로 책 세계와 만나려는 사람들, 아무 이유 없이 책이라는 사물 자체에 심장이 뛰는 애서가들이라면 책의 역사 뒷골목을 비추는 이 책에서 ‘책의 의미’와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추천의 글

“모든 애서가의 필수품. 브룩-히칭은 화려한 삽화들이 수록된 이 책에서 다양하고 광범위한 매체를 조사하며 책의 역사를 훑는다. 그 시도는 언제나 비범하다.”

_북페이지


“매혹적이고 놀라운 삽화들.”

_워싱턴포스트


“생동감 넘치는 이 책은 암호로 쓰인 책, 출판 사기를 비롯해 온갖 종류의 기묘한 책들을 소개하며 약속한 이야기를 정확하게 전달한다. 그야말로 장관이다.”

_파인북스앤드컬렉션


“본능적으로 즐겁다. 직접 읽어도 좋고 선물해도 좋다. 휴대전화 대신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는 방법으로 이 책을 가까이 두길.”

_배니티페어


“브룩-히칭은 해독 불가능한 암호로 쓰인 책부터 사람의 피부로 묶인 책까지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책들을 추적하는 데 10년을 보냈다. 책에 관한 호화로운 삽화가 가득한 이 책이 책 애호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것이다.”

_멘탈플로스


“이음새가 터질 듯 방대한, 정말 멋진 책.”

_스펙테이터


“책 세계가 실제로 얼마나 광범위하고 방대한지에 대한 자부심과 경외심을 남기는 책.”

_굿리즈 독자평



✦ 지은이

에드워드 브룩-히칭 (Edward Brooke-Hitching)

영국의 작가 겸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 희귀 서적상 프랭클린 브룩-히칭의 아들이자, 서지학과 책 보존의 역사를 다룬 책 『책의 적들TheEnemies of Books』을 쓴 인쇄업자 겸 서지학자 윌리엄 블레이드의 후손이다. 방대한 자료를 모아 기상천외한 큐레이션을 선보이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저서로는 역사에서 잊힌 스포츠 종목을 소개하는 『여우 던지기, 문어 레슬링 그리고 잊힌 스포츠들(Fox Tossing, Octopus Wrestling and Other Forgotten Sports)』, 인간의 상상 속에만 있던 허구의 나라를 비롯해 지금껏 존재해온 지도상의 오류들을 소개하는 『유령 아틀라스(The Phantom Atlas)』 등이 있다.



✦ 옮긴이

최세희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문화 콘텐츠를 기획하고 라디오 방송 원고를 쓰며 번역을 해오고 있다. 『렛미인』,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에마』, 『깡패단의 방문』,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클라우드 쿠쿠 랜드』, 『데이지 존스 앤 더 식스』 등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을 함께 썼다.



✦ 출판사 서평

금기와 규범을 어기고,
선택받지 못하더라도 마음껏 자유로워진
기록의 역사 뒤편,
창피하고 불결하고 저속하며 아름다운 음지의 책들


2010년 구글북스가 발표한 추산치에 따르면 세상에는 총 1억 2986만 4880권의 책이 존재한다. 세계 각국의 출판 목록들을 모두 그러모은 뒤 중복된 판본이나 지도, 영상물, 누군가의 장난으로 장서 목록에 잘못 등록된 온도계 등을 빼고 난 수치였다. 여러 사람의 손을 타서 훼손된 책, 재해로 인해 사라진 책, 의도적으로 분서되고 파기된 책들 역시 목록에서 제외됐다.

129,864,880이라는 숫자 안에는 “지금까지 살아남은 위대한 고전과 역사의 정수가 담겨 있다”. “계속 연구되고 증쇄되고 회자되는” 책들, 이를테면 소포클레스, 아리스토텔레스, 셰익스피어, 공자, 맹자의 저작들은 그 판본의 수만 세어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러나 『이상한 책들의 도서관』의 저자 에드워드 브룩-히칭은 “유구하고 무한한 책의 바다”에서 ‘위대한 고전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단 몇 방울”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상한 책들의 도서관』은 위대한 고전의 반열에 오르지 않은 책들, 즉 연구되고 증쇄되고 회자되지 않는 바람에 세상에 딱 한 권씩만 남게 된 책들, 그중에서도 너무나 이상하고 저속하여 책의 역사에서 금세 사라지고 추방된 책들만을 모아 소개한다. 금기와 규범을 어기고, 선택받지 못한 대신 마음껏 자유로워진 음지의 책들은 우리로 하여금 책 세계를 전에 없이 광활한 모습으로 재구성하게 한다.


“내가 자나 깨나 관심을 가지고 찾아 헤매는 책들은 이 어마어마한 잔여의 암흑 속에서 반짝이는 보석들, 버려져 잊히고 만 별종들이다. 이 책들은 너무 이상해서 어떤 범주에도 집어넣을 수 없지만 한 뿌리에서 나와 명성을 떨친 책들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을 만큼 매혹적이다. 짐작건대 이런 책들은 공간, 시간, 예산의 구애를 전혀 받지 않는 한 명의 수집가가 기이한 책들을 망라해놓은 위대한 서가에 꽂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 책들이 예상보다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다면, 그 책을 쓴 사람들과 그 책이 쓰인 시대에 대해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다면 어떨까?”

_서문에서



상상력의 역사를 새로 쓰는
매혹적이고 기괴한 책들의 세계

『이상한 책들의 도서관』은 말 그대로 기이한 책들이 빼곡히 꽂힌 도서관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책, 존재 이유를 추측할 수조차 없는 기괴하고 수상한 책들이 끝도 없이 쏟아진다. 희귀 서적상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고서와 친숙했던 저자는 지도상의 오류에서 비롯된 허구의 장소를 소개하는 『유령 아틀라스』, 지구상에서 사라진 스포츠 종목을 살펴보는 『여우 던지기, 문어 레슬링 그리고 잊힌 스포츠들』로 찬사를 받은 이후 『이상한 책들의 도서관』으로 또 한 번 사라지고 잊힌 것들에 관한 빛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매혹적인 이야기와 함께 큼지막하게 수록된 삽화들도 인상적인데, 이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거대한 도서관 안을 거닐듯 눈이 바빠진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큐레이션으로 “이음새가 터질 듯” 방대하고 육중한 책 세계의 심연이 눈 앞에 펼쳐진다. 심연의 책들은 저마다 “그 책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곧바로 사라져버리고 말았을 사유와 지식, 유머를 품고서” 생생히 살아나 인류 상상력의 역사를 새로 쓴다.

사람의 살과 피로 만든 책, 상처를 입히는 책, 거짓말만 늘어놓는 책, 비속어를 가득 모아둔 사전, 급할 때 변기로 쓸 수 있는 책, 입을 수 있고 먹을 수 있는 책, 너무 작아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책, 너무 커서 우주를 파괴하고도 남을 책, 악마가 예수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기록, 악마를 소환하는 책, 유령이 쓴 책, 사기 치고 벌주고 조롱하고 복수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 단지 누군가를 한 번 피식 웃게 하려 제작된 책 …. 이 책에 등장하는 책들은 하나같이 가볍고 진지하지 못하고 별 볼 일 없어 보인다. (사라지고 잊힌 탓에) 대다수가 희귀본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책들의 존재가 책의 역사에서 대단히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기원전 499년에 파견된 인간 성명서(두피에 글자를 새겼다)부터 서슬 퍼런 복수의 언어가 가득 적힌 고대의 서판들, 13세기부터 시작되어 20세기 초에 와서야 사그라든 인피제본서의 역사, 마크 트웨인과 찰스 디킨스, 오스카 와일드의 영혼이 쓴 근간들까지 기이한 책들의 사례는 기록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쉼 없이 이어져 왔다. 『이상한 책들의 도서관』은 이러한 책들을 주제와 소재, 장정을 중심으로 분류하여 소개한다.

첫 번째 장인 ‘책이 아닌 책’에서는 입을 수 있는 책, 먹을 수 있는 책, 상해를 입히는 책 등 쓰임과 용도를 한정하지 않고 뻗어 나간 책들의 사례와 종이가 아닌 곳에 쓰인 책들을 다룬다. 이어 ‘살과 피로 만든 책’에서는 인피제본서와 피를 잉크로 사용한 책, 뼈로 만든 책 등 신체 일부를 책의 소재로 사용한 무궁무진한 사례를 살핀다. ‘암호로 쓴 책’에서는 고대부터 최근까지 암호문 역사의 압권들을 모아 소개한다. 비밀스럽게 전해야만 했던 갖가지 이야기들의 배경을 살펴보며 비밀을 필요로 하고 비밀에 매혹되어온 유구한 역사를 들여다본다. ‘출판 사기’에서는 세상을 속이고 기만하는 책들을 살펴본다. 애초부터 사기 칠 목적으로 만들어진 책, 누군가를 조롱하고 풍자하고 복수하고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만들어진 책 등 저마다의 이유로 거짓말하는 책들이 끝없이 등장하는 가운데 어떤 거짓말들은 지금 보아도 정교하고, 또 어떤 거짓말들은 너무나 허술하게 느껴진다. 각각의 거짓말들이 왜 시도되었고 어떻게 성공 또는 실패하였는지를 들여다보며 이에 투영된 당대인들의 기대와 소망, 의심과 절망에 닿아본다.

‘괴상한 사전들’에서는 한 가지 주제에 집착에 가까운 열의로 파고든 갖가지 모음집들을 소개한다. 상상 속 동물들만을 모아놓은 중세의 동물백과부터 조지 왕조 시대 런던에서 쓰이던 비속어를 망라한 사전, 남태평양 원주민들이 쓰는 헝겊들을 모아 소개한 헝겊 도해서, 하버드대학교 학생들이 저지른 폭력 사건을 빼곡하게 정리한 일탈 기록과 엉터리 영어 사전 등이 소개된다. ‘초현실세계를 다룬 책’에선 마법사의 마도서, 죽은 이의 영혼이 써내려간 책, 천사와 소통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 등이 등장한다. 초현실과 현실, 마법과 과학의 경계에 대해 질문하게 하는 장이다. ‘종교계 괴서들’에서는 물고기의 배에 들어 있던 신학 논문, 경전과 혼인한 사람들, 필경사 전담 악령 티티빌루스의 만행, 제작자의 실수로 중요한 단어들이 누락되는 바람에 죄악을 부추기는 내용이 되고야 만 불경한 성서들, 지옥과 사후 세계를 증언하는 책들, 악마가 예수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기록, 신속하고 편리한 고해성사를 위한 실용서 등 (저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신성함과 불경함 사이를 마구 오가는 책들이 등장한다.

‘이상한 과학책’ 장에서는 고대의 의학서부터 범죄자들의 시신을 모델로 하는 해부학책, 벌레를 토해내고 동물을 출산하는 이들에 관한 기록, 현미경으로 본 세상을 최초로 기록한 책, 우주를 탐구하고 인간의 정신세계를 탐험하는 책, 비인간 생물들과 소통한 기록, 머리가 절단되어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장치를 연구한 기록 등 당대 과학 지식의 최전선에서 충격과 공포, 새로운 성취를 선사한 책들이 등장하며 ‘과학’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폐기했는지를 살펴보게 한다. ‘기상천외한 크기의 책’에서는 ‘가장 커다란 책’, ‘가장 작은 책’과 같은 단순 명료한 목표에 매달려온 집념의 역사가 펼쳐진다. 너무 커서 다음 페이지로 넘기려면 모터를 동원해야 하는 책, 너무 길어서 우주를 파괴하고도 남을 책, 너무 작아서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책 등 극과 극을 달리는 두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긴 머리의 혐오스러움 … 늙은 신과 젊은 신이 긴 머리를 반대하며 내린 공동 판결”, “자전거 타는 법: 안장에 걸터앉은 다음 두 발을 저어 달려가라”, “오리가 돈 내게 하는 법”, “내가 알고 지낸 물고기”, “네가 총을 쏘면: 네 총은 뜨겁고 범인의 총은 뜨겁지 않다. 이제 어떻게 할까?”와 같은 해괴한 제목들이 쏟아지는 ‘제목이 이상한 책’은 제목만으로도 끊임없이 웃음을 자아내며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의미와 무의미, 유익함과 해로움의 경계를 묻는
이상한 책들의 심연과 향연


고대부터 지금까지 가장 신뢰받는 지식‧정보 전달 매체로서 책은 인류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물건으로 줄곧 이야기되어 왔다. 수천 년을 살아남고도 여전히 그 가치를 빛내는, 역사의 승인을 받는 좋은 기록. 이것이 책의 지향이기에 우리는 책 앞에서 자못 엄숙하고 진지해진다. 『이상한 책들의 도서관』 속의 괴이쩍은 책들이 우리를 내내 충격에 빠뜨리는 까닭이다.

역사가 승인하기는커녕 적극적으로 부정하고 외면해온 ‘비추천 목록들’의 자리가 궁색했을 법도 하지만, 이 책은 보란 듯이 호기롭다. “괴짜들, 기인들, 오래전에 자취를 감춘 사회 부적응자들, 다시 말해 잊힌 자들”을 씩씩하게 불러 모으고 괴짜들의 책에 마음을 빼앗겨 “한 권의 책을 손에 넣겠다는 일념으로 지구 반 바퀴를 돌아야 하는 지난한 여정을 감수하고, 우정은 뒷전이 된 지 오래고, 심지어는 거짓말에 사기에 절도까지 저지르는 사람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이상한 책들의 도서관』은 상상에는 금기가 없음을 몸소 증명하는 책, 그 자신으로부터 이상하고 창피한 상상력의 계보를 마음껏 이어나가기를 격려하는 책들의 매력과 힘을 믿고 지지하는 책이다.

나아가 정전이란 무엇이며, 왜 어떤 책은 정전이 될 수 없는지를 묻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정전이 당대의 권력, 정의, 편견, 감정 들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그로부터 외면당하고 추방된 이 책들이 우리에게 또 다른 역사를 비추어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잃은 줄도 모르고 잃은 것, 버린 줄도 모르고 버린 세계를 들추어 보며 우리는 어쩌면 새로운 가능성과 힘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위대한 책들의 서가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창피한 것들의 역량’을 이상한 책들 한가운데에서 생각해보게 된다.

책에 대한 통념과 기준을 흔들며 우리를 몰랐던 곳으로 거침없이 데려가는 이 책을 통해 책과 책 아닌 것, 의미와 무의미, 유익함과 해로움의 경계를 유쾌하게 넘나들며 재구축해보자. 자신의 취향과 사유, 마음의 지평을 의심하지 않고 무한히 확장해보기를 응원하는 책들로부터 우리는 전보다 더 자유롭고 진실해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목차

서문

책이 아닌 책
살과 피로 만든 책
암호로 쓴 책
출판 사기
괴상한 사전들
초현실세계를 다룬 책
종교계 괴서들
이상한 과학책
기상천외한 크기의 책
제목이 이상한 책

감사의 말
참고 문헌
도판 출처
이 책에 나오는 책들
색인



✦ 책 속에서

내 주변에도 가산을 탕진하는 사람이 몇 있다. 고작 한 권의 책을 손에 넣겠다는 일념으로 지구 반 바퀴를 돌아야 하는 지난한 여정을 감수하고, 우정은 뒷전이 된 지 오래고, 심지어는 거짓말에 사기에 절도까지 저지르는 사람들.

-「서문」, 9쪽


내가 자나 깨나 관심을 가지고 찾아 헤매는 책들은 이 어마어마한 잔여의 암흑 속에서 반짝이는 보석들, 버려져 잊히고 만 별종들이다. 이 책들은 너무 이상해서 어떤 범주에도 집어넣을 수 없지만 한 뿌리에서 나와 명성을 떨친 책들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을 만큼 매혹적이다. 짐작건대 이런 책들은 공간, 시간, 예산의 구애를 전혀 받지 않는 한 명의 수집가가 기이한 책들을 망라해놓은 위대한 서가에 꽂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 책들이 예상보다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다면, 그 책을 쓴 사람들과 그 책이 쓰인 시대에 대해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알려준다면 어떨까?

_「서문」, 10~11쪽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런 책들이 진정한 이야기를 전한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저마다 고유한 방식으로 책이 구현할 수 있는 세계를 다시 정의한다. 저마다 단박에 애서가의 심장을 뛰게 만든다. 우리가 책을 사랑하는 방식을 고유한 언어로 다시 쓰면서 감각을 확장한다. 이 책들은 대부분 무슨 연유인지 망각의 깊은 퇴적층 속으로 사라져버린 책들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살아 숨 쉬는 책들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사라져버렸을 사유와 지식, 유머를 품고서.

_「서문」, 17쪽


우베 반드라이가 1968년에 출간한 『캄프라이메』(전투의 운율)는 신체에 상해를 가할 수 있는 책에 속한다. 실제로 무기로 사용하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명실공히 최초의 책이다. 1968년, 서독 학생들이 유혈 봉기에 쓰려고 주머니에 넣어 다닐 수 있는 ‘전투용 판형(62×117밀리미터)’으로 책을 만들었다. 테두리에 날카로운 금속판을 댄 표지 안쪽엔 ‘자기방어에 적합함(Notwehrtauglich)’이라는 단어가 쓰여 있다. “펜이 (나아가 책이) 칼보다 강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다면 책이 칼이라면 어떨까?” 이 책을 소개하며 어느 서적상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_「책이 아닌 책」, 39쪽


스스로 파괴될 목적으로 만들어진 책도 있다. 2012년, 랜드 로버는 두바이 고객을 대상으로 사막에서 기계가 고장 날 경우에 생존을 도와줄 지침서를 발간했다. 이 소책자엔 피난처 만드는 법, 구조 요청 신호 보내는 법, 불 피우는 법, 현지 야생동물 사냥법, 북극성을 보며 방향 찾는 법이 삽화와 함께 실려 있다. 책 제본에 쓰인 금속 철은 빼서 요리용 꼬치로 사용할 수 있고, 반사판처럼 반짝이는 포장지는 구조를 요청할 때 쓸모가 있다. 최후 방편으로 책은 자길 먹으라고 조언한다. 랜드 로버의 이 먹을 수 있는 생존 지침서는 먹을 수 있는 종이와 잉크로 만들어졌다. 뿐만 아니라 치즈버거에 버금가는 영양가를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_「책이 아닌 책」, 40쪽


인피제본술은 20세기 초에 와서야 마침내 사그라졌고 대중의 비위를 뒤집는 소름 끼치는 짓거리로 널리 인식되면서 그에 대한 기록 역시 당대의 보고문에서 제본가의 회고록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일례로 미국 출판 디자이너 다드 헌터의 자서전 『책과 함께한 나의 인생』(1958)에 소개된 일화를 살펴보자. 오래전 헌터는 막 사별한 남편에게 바치는 서간집을 그의 피부로 제본해달라는 젊은 여성의 의뢰를 받은 적이 있었다. 의뢰인은 훗날 재혼했는데 헌터는 두 번째 남편이 두 번째 책이 될지 궁금해하며 다음과 같은 말로 마무리했다. “모쪼록 그 책이 한정판으로 끝나기를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응원하자.”

_「살과 피로 만든 책」, 62쪽


헤로도토스는 우리에게 고대의 ‘감춰진 글쓰기’에 관한 두 가지 사례를 들려준다. 첫 번째는 기원전 499년, 밀레투스의 아리스타고라스에게 페르시아 왕 다리우스 1세를 향한 반란 계획에 동참해달라고 청한 히스티아이오스의 이야기다. 히스티아이오스는 이때 가장 신뢰하는 노예의 머리카락을 밀고 두피에 문신으로 메시지를 새기게 한 후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면 완성되는 인간 성명서를 파견했다.

_「암호로 쓴 책」, 71쪽


2005년, 영국의 문학 평론가 A. N. 윌슨은 시인 존 베처먼의 전기를 출간했는데, 시인이 쓴 미공개 연애편지를 실어 주목을 받았다. 편지는 이브 드 하벤이라는 이름의 여자가 윌슨에게 보내준 것이었지만 책이 출간된 후 진짜 출처가 밝혀졌다. 몇 년 앞서 윌슨은 역사학자 베비스 힐리어가 1988년에 펴낸 존 베처먼 전기를 가차 없이 깎아내리는 비평을 썼었다. 이에 복수할 기회만 노리던 힐리어가 연애편지를 날조해선 윌슨에게 보낸 것이었다. 이브 드 하벤(Eve de Harben)은 ‘과연 그랬을까(Ever been had)’의 애너그램이었고 편지 각 행의 첫 번째 글자만 모아 나열하면 ‘A. N. 윌슨은 상놈의 자식이다(A. N. Wilson is a shit)’라는 문장이 완성된다.

_「출판 사기」, 95~96쪽


그로스는 본인 스스로 말한 바 “말을 타기엔 너무 뚱뚱하고 마차를 타려니 돈이 없었”지만 저속하고 범죄와 관련한 속어(존슨의 사전에선 모종의 이유로 지워진 어휘들)를 총망라하겠다는 일념에 겁도 없이 심야의 런던에서도 제일 깜깜한 거리를 돌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했다. 그렇게 그의 작가 인생에서 가장 유명한 『세속의 혀로 쓴 정통 사전』(1785)이 탄생했다. 그는 조수 톰 코킹과 함께 빈민가, 허름한 술집, 조선소를 뻔질나게 드나들며 “오랜 행군 중인 군인, 캡스턴(capstern)의 뱃사람, 생선을 손질하는 아낙, 그레이브젠드 배의 선원들이 주고받는 일상어”를 수집한 끝에 비어 또는 비표준어 사상 가장 위대한 사전이자 언어학 분야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괴서를 만들어냈다.

_「괴상한 사전들」, 132쪽


영국 도서관과 미국 도서관 협회가 준수하는 권위 있는 지침서 『필수 목록 작성: 기본 사항』(2002)에 따르면 저자의 유령이 쓴 책은 기록한 영매가 아니라 죽은 저자의 이름으로 목록화해야 한다. 그렇게 따져볼 때 가령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작품은 『두 귀족 친척』(1613~1614)이 아니라 『예수를 위하여 내가 이름하는 이 책, 셰익스피어의 유령 씀』(1920)이다. 실제로 도서관의 목록을 찾아보면 ‘셰익스피어, 윌리엄(유령)’이라고 명시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찰스 디킨스는 『에드윈 드루드의 미스터리』를 절반가량 쓴 시점인 1870년에 죽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유령이 미국 버몬트주 브래틀버러의 소규모 출판사의 대표 T. P. 제임스의 의식에 스며들었고, 그에게 소설의 후반부를 마무리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해서 1873년, 찰스 디킨스의 영혼 펜(The Spirit Pen of Charles Dickens)이 쓴 『에드윈 드루드의 미스터리』 후반부가 출간되었다. 비록 무정한 세상의 냉대 속에 묻히고 말았지만.

_「초현실 세계를 다룬 책」, 173~17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