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설계된 절망
The Color of Law (2017년)
: 국가는 어떻게 승자가 정해진 게임을 만들었는가?
사회과학 > 행정학
리처드 로스스타인 지음 | 김병순 옮김 | 조귀동 해제
25,000원 | 504쪽
ISBN: 979-11-87038-83-2
2022년 3월 4일 출간
✦ 책 소개
부동산으로 인한 사회 갈등이 어느 때보다 극심하고 ‘부동산 선거’로 불리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며 부동산 공약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부동산으로 인한 불평등 심화는 ‘수요와 공급의 곡선’과 ‘시장의 섭리’를 무시한 정책 때문일까? 부동산을 향한 개인들의 욕망을 무시한 결과일까? 수요에 맞춰 공급을 확대하면 ‘보이지 않는 손’이 부동산으로 인한 사회 갈등을 진정시킬 수 있을까? 주택 소유를 향한 욕망은 어떻게 생겨난 것이며, 그 욕망의 추구를 승인하고 장려한 것은 무엇인가?
정책 전문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정책이 길들일 수 없는 부동산 시장, 국민 개개인의 욕망 추구라는 환상 뒤에 숨어 온 ‘국가’의 존재를 드러낸다. 개발 구역 선정과 개발 지원금, 도로와 공공서비스 확충, 주택담보대출 보증과 세액공제에 이르기까지 행정부, 사법부, 금융 감독 기관과 교육기관에서 시행된 “중립적인 체하는 정부 정책”들과 각종 법안과 판결이 어떻게 차별적 주거 시장을 만들어 왔으며 불공정과 불평등을 강화해 왔는지를 탄탄한 조사로 파헤친다.
✦ 추천의 글
더 훌륭하게 주거 구역 분리와 차별의 역사를 기록한 책은 없다.
_《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미국 내 경제적 이동성을 막는 힘, 미국 도시에서의 인종차별 조장에 연방정부가 해 온 역할을 이해하게 해 주는 책.
_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 의장
정말로 중요한 책이 나왔다. (…) 이 책을 통해 어떤 자원이 불평등을 조장했다면, 그 자원이 그걸 되돌릴 수도 있음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_피트 부티지지, 미 교통장관
✦ 지은이
리처드 로스스타인 (Richard Rothstein)
미 경제정책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 연구원이자 서굿마셜연구소(Thurgood Marshall Institute) 선임 연구원, 공정과포용사회를위한하스연구소(Hass Institute for a Fair and Inclusive Society) 선임 연구원. 주거와 교육 문제에서의 불평등에 천착해 온 현대사 연구자이자 정책 전문가다. UC버클리, 컬럼비아대학, 하버드교육대학원, 스탠퍼드교육대학원에서 교육과 주거 관련 경제 정책과 불평등에 대해 강의했다. 《뉴욕타임스》에 교육 칼럼을 오래 연재했고,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미국 학업성취도의 신화와 실재』, 『다른 모든 것은 평등하다: 공립학교와 사립학교는 얼마나 다른가?』, 『계급과 학교: 흑인-백인 간 학업성취도 격차를 줄이는 사회, 경제, 교육 개혁』 등 교육 제도와 정책에 관련된 책을 다수 집필했다.
그간의 단독, 공동 연구들을 집대성해 펴낸 『부동산, 설계된 절망』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이자 주목도서, 빌 게이츠가 꼽은 “올해의 놀라운 책”, 퍼블리셔스위클리, NPR 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이 책으로 저자는 힐먼프라이스와 캘리포니아북어워드에서 수상했다.
✦ 옮긴이
김병순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분야의 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텅 빈 지구』, 『불로소득 자본주의』, 『빈곤자본』, 『21세기 시민혁명』,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탐욕의 종말』, 『성장의 한계』 등을 번역했다.
✦ 해제
조귀동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서강대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 경제의 구조와 변화 과정에 대한 글을 써 왔다. 경제라는 하부 구조의 변동이 어떻게 정치와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지 관심이 많다. 저서로는 『세습 중산층 사회』, 『전라디언의 굴레』, 『이탈리아로 가는 길』 등이 있다.
✦ 출판사 서평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주목도서
빌 게이츠가 꼽은 “올해의 놀라운 책”
퍼블리셔스위클리, NPR 선정 올해의 책
아마존 베스트셀러
“정말로 중요한 책이 나왔다. (…) 이 책을 통해 어떤 자원이 불평등을 조장했다면, 그 자원이 그걸 되돌릴 수도 있음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_피트 부티지지, 미 교통장관
부동산 시장은 진정 ‘보이지 않는 손’이 만든 게임일까?
‘부자들의 금고’가 된 주택 시장은 불평등과 불공정을 바로잡는 장이 될 수 있을까?
부동산으로 인한 사회 갈등이 어느 때보다 극심하고 ‘부동산 선거’로 불리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며 부동산 공약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부동산으로 인한 불평등 심화는 ‘수요와 공급의 곡선’과 ‘시장의 섭리’를 무시한 정책 때문일까? 부동산을 향한 개인들의 욕망을 무시한 결과일까? 수요에 맞춰 공급을 확대하면 ‘보이지 않는 손’이 부동산으로 인한 사회 갈등을 진정시킬 수 있을까? 주택 소유를 향한 욕망은 어떻게 생겨난 것이며, 그 욕망의 추구를 승인하고 장려한 것은 무엇인가?
정책 전문가이자 교육 불평등 문제를 오랜 시간 연구해 온 저자는 이 책에서 정책이 길들일 수 없는 부동산 시장, 국민 개개인의 욕망 추구라는 환상 뒤에 숨어 온 ‘국가’의 존재를 드러낸다. 개발 구역 선정과 개발 지원금, 도로와 공공서비스 확충, 주택담보대출 보증과 세액공제에 이르기까지 행정부, 사법부, 금융 감독 기관과 교육기관에서 시행된 “중립적인 체하는 정부 정책”들과 각종 법안과 판결들이 어떻게 차별적 주거 시장을 만들어 왔으며 불공정과 불평등을 강화해 왔는지를 탄탄한 조사로 파헤친다.
저자는 미국 사회를 분열시키는 핵심적인 문제인 인종차별의 한가운데에 ‘부동산’이 있음을 역설한다. 주거지와 주택 소유 여부는 미국 사회에서도 계급 격차의 핵심이며, 이를 둘러싸고 차별을 강화하는 일자리, 세금과 소득공제, 대출 승인 여부, 학군과 교육, 고속도로와 대중교통 노선 설치에 이르기까지 겹겹이 쌓인 의도적이고 차별적인 정책이 이 현실의 배후라고 지적한다. 이 책은 미국, 인종 분리라는 배경에서 쓰였음에도 우리가 마주한 현실의 작동을 놀랍도록 낱낱이 폭로한다.
“자기 집을 소유하라” 캠페인과 ‘게토’가 된 공영주택 사이, 주거 복지의 함정은 무엇인가?
왜 가난한 사람들은 주택을 통해 자산 격차를 극복하지 못하는가?
미국에서 정부 차원의 주택 소유 장려가 시작된 것은 1917년 러시아혁명이 계기였다. 연방정부는 미국 내 공산주의 발흥을 막기 위해 대대적인 “자기 집을 소유하라” 캠페인을 벌였고, 이는 ‘자기 집 소유’가 자본주의 체제에서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정부는 초등학생들에게 “우리는 집이 있다”는 문구가 새겨진 배지를 나눠 주고, 200만 부가 넘는 포스터를 제작해서 여러 공장과 사업장에 붙였으며, 전국 단위 신문 광고를 게재했다. 포스터와 신문광고에는 백인 부부와 백인 가정의 이미지가 담겨 있었다. 국가가 그리는 진정한 ‘미국인’의 모습은 주택을 소유한 백인 가정으로 정해져 있던 것이다. 여러 정권에 걸친 캠페인에 별다른 소득이 없자 루스벨트 행정부는 주택 구입를 위한 대출을 장려하기 위해 연방주택관리국(FHA)을 창설해 국가가 호명한 시민들, 즉 백인 미국인들의 주택 소유를 지원했다. 이 기관은 편향적인 대출 보증 심사 기준으로 인종 간 주거 격차를 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백인들이 파격적인 조건으로 국가 보증 대출을 받아 주택 소유자가 되는 사이에 유색인종, 남부의 폭력을 피하고 군수 산업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북부로 대거 이주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어디에 살고 있었을까? 이들은 전쟁 시기 지어진 임시 주택을 여러 가정이 쪼개 살고 있었다. 백인들에게 공급됐던 널찍한 공영주택에는 거주 자격이 없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공영주택은 중산층 진입을 앞둔 백인들이 주택 소유자가 되기 전까지 머무는 임시적인 주거지로 설계됐고, 백인들이 자가 소유자가 되어 떠난 빈집들이 문젯거리가 되고 난 한참 후에야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몫으로 주어졌다. 하지만 백인들이 떠난 그 동네들에 대한 정부 지원은 줄어들었고, 금세 ‘게토’가 됐다.
더불어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질 낮은 일자리, 열악할 뿐 아니라 직주 근접이 불가능한 주거를 견뎌야 했다. 높은 월세 때문에 자가 구입은커녕 저축에서도 멀어졌고, ‘최소한의 주거 복지’로 마련된 주택 바우처로 구할 수 있는 집이 있는 동네는 공공서비스와 교육의 질까지 낮았다. 이런 환경은 생활, 교육, 소득 수준에서 세대를 이은 불평등을 강화했다. 하지만 이런 집을 구할 바우처조차 예산 때문에 늘 부족했다. 어렵게 저축을 해 집을 사려 해도 이런 사회경제적 취약성을 타깃으로 삼은 부동산업자와 금융 기관의 악질적인 할부와 대출 제도는 ‘합법적인 틀’에서 이들의 자산을 어렵지 않게 빼앗아 갔다. 가난하고 유색인이 모여 사는 동네에 어렵게 집을 마련한들 자산 격차가 줄기는커녕 지방 정부가 고용한 감정평가사들이 과대평가한 주택 가치 때문에 백인들만 사는 부유한 동네보다 주택 보유세마저도 더 많이 내야 했다.
랜햄법과 1949년 건축법, 오바마 행정부까지 수차례 개정된 공정주거법등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법 제정 때마다 의회와 행정부의 정치 공학으로 인해 특정 인종과 계급의 주택 구매를 막는 요인들은 계속 살아남았다. 온건하게나마 주거 차별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법안이 개정되더라도 지방 정부 관리들과, 민간 업체는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갔고, 대법원은 그런 관행을 공식적으로 용인하곤 했다.
주택이 많아지기만 하면 모두가 ‘원하는 집’에 살 수 있을까?
시민의 평등권과 주택 문제 해소는 어떻게 함께 갈 수 있을까?
저자는 어떤 정책도 중립적일 수 없다는 점, ‘모두’를 위한 정책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거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개인이 처한 사회경제적 환경에 따라 겉으로는 차별과 무관해 보이는 정책이 서로 다른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차별적 영향(disparate impact)”에 주목해야 한다. 저자는 이런 차별적 영향이 극명한 정책으로 주택담보대출 이자 공제 정책을 가장 치명적인 것으로 꼽는다. 이 정책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주택 소유자들은 소유 자체만으로 모두 수혜를 받게 되지만, 세입자들은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특히 주택 소유자들의 공제 혜택은 ‘선착순’이 아닌 반면, 저소득층 주거 복지를 위한 주택 바우처를 받기 위한 줄은 줄지 않고, 그마저도 예산 부족으로 모두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이런 차이는 명백한 차별이며, 불평등과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정책이라고 꼬집는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지금 존재하는 차별을 ‘사실상’ 존재하는 현실, 정부 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치부하기를 멈추자고 제안한다. 또한 주거를 중심으로 일자리, 대출 규제, 교육, 세금 제도 등 여러 층위에서 벌어진 차별과 불평등에 대한 책임이 시장의 동학이나 개인의 욕망만의 문제가 아님을 인정하는 데서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불공정과 불평등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기득권자의 불이익은 피할 수 없는 것이며, ‘모두’에게 좋기만 한 해결책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사회 통합을 위한 정책에 따르는 희생을 명확하게 인식시키지 않으면 사회적 갈등은 보다 거칠고 과장된 모습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부동산 문제를 밀도 있게 문제를 이해하고 시정할 정부를 선택하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역할과 책임이라는 데도 방점을 찍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모두를 위한다는 뭉툭한 미사여구를 넘어선 비전이며, 이 책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비전을 명확하게 바라볼 밑거름이 될 것이다.
✦ 목차
들어가며
1장 샌프란시스코가 그렇다면 다른 곳은 어련할까?
2장 게토가 된 공영주택
3장 격화되는 분리
4장 “자기 집을 소유하라”
5장 민간 계약과 정부의 강제집행
6장 백인 중산층의 교외 이주
7장 국세청과 금융 감독 기관의 책임 방기
8장 공공서비스와 학군이 심화시키는 차별
9장 국가 묵인 폭력
10장 억눌린 소득
11장 전망과 회고
12장 해결책
맺음말
부록: 자주 묻는 질문
감사의 말
해제 ‘보이는 손’이 만든 주거 불평등
옮긴이의 말
주
참고 문헌
찾아보기
✦ 책 속에서
공영주택하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인상이 있다. 주위에 운동장이나 공원 같은 쾌적한 공간이 거의 없이 고층 건물들만 밀집해 있고, 도심 중심 구역에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으며, 범죄와 마약이 만연하고, 흑인(또는 라틴아메리카계) 엄마들과 자식들로 가득한 곳. 오늘날 봐도 이런 이미지들은 대체로 부정확하다. 더군다나 20세기 중반에 공영주택이 지어지기 시작했던 때의 실제 모습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모습이다. 당시 공영주택은 대체로 노동 계층과 하위 중산층 백인 가정을 위한 집이었다. (…) 공영주택의 목적은 본디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울정도로 가난한 이들이 아닌, 어느 정도 괜찮은 수준의 주택에 살 만한 형편이 되지만 만족스러운 집이 없어서 그런 주택을 구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주거지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_「게토가 된 공영주택」, 40~41쪽
부동산업계는 처음부터 어떤 종류의 공영주택이든 격렬하게 반대했고, 의회에서는 공화당 의원들이 이들을 지지했다. (…) 일단 주택 부족 상황이 완화되자, 부동산업계의 로비가 먹혀 들어가면서 정부가 지원하는 공영주택 단지는 극빈층 가정에만 제공되는 것으로 한정되었다. 연방정부와 지방정부는 공영주택에 사는 가정의 소득 상한선을 엄격하게 규제하기 시작했다. (…) 이 변화로 인해 공영주택 사업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창고 관리 시스템으로 전락했다. 공영주택 단지의 주거 환경은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 연방정부는 정부 보조금에 많은 부분을 의존해야 하는 가정에만 공영주택에 입주할 자격을 부여하는 한편, 그 공영주택을 살 만한 생활공간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금 지원은 줄여 나갔다. 공영주택에서의 중산층 세입자 유출은 또한 해당 공영주택 단지의 유지와 생활 편의 시설 운영을 위한 적정 자금을 요구할 정치력을 보유한 유권자의 유출을 의미했다. 그 결과 공영주택의 주거 환경은 점점 더 열악해졌고 그에 따라 공영주택에 대한 평판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_「게토가 된 공영주택」, 70~71쪽
1917년 러시아혁명에 심각한 위협을 느낀 정부 관료들은 가능한 한 많은 백인 미국인이 자기 집을 소유하게 함으로써 미국에서 공산주의가 발흥하는 것을 막아 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자기 집을 소유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에서나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1917년 연방정부의 노동부는 “자기 집을 소유하라”라는 캠페인을 전개했다. 초등학생들에게 “우리는 집이 있다”는 문구가 새겨진 배지를 나눠 주고, 집을 세놓거나 셋방살이하기를 멈추고 단독 가구가 거주할 주택을 짓는 것이 “애국자로서의 의무”라고 말하는 홍보 책자를 배포했다. 노동부는 200만 부가 넘는 포스터를 제작해서 여러 공장과 사업장에 붙이게 하고 전국에 걸쳐 모든 신문에 단독주택 소유를 권장하는 광고를 게재했다. 그 포스터와 신문광고에는 모두 백인 부부나 가정의 이미지가 담겨 있었다.
_「“자기 집을 소유하라”」, 103~104쪽
FHA는 은행들이 새로 조성되는 교외 주택단지가 아닌 기존의 도심 지역에서 담보대출을 내주는 것에 반대했다. 〈보증업무지침서〉에 따르면, “주택 연식이 높아질수록 … 하층계급 소유 비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 “하층계급이 들어와 사는 것과 공존이 어려운 다른 인종 집단이 … 침입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 그 동네와 집들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을 막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라는 것이 FHA의 공식 입장이었다. … FHA 지침서는 아이들이 “학생 다수 또는 상당수가 매우 낮은 사회계층이나 공존할 수 없는 인종 집단으로 구성된 학교에 등교할 수밖에 없는 동네로 이사하려고 한다면, 그곳은 그렇지 않은 동네보다 훨씬 덜 안정적이고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동네에 주택담보대출을 내주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_「“자기 집을 소유하라”」, 111~112쪽
레빗타운은 1만 7500세대를 공급하는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였다. 그것은 전쟁이 끝나고 귀향하는 참전 용사들의 주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방 두 개에 대략 70제곱미터 넓이인 주택을 계약금 없이 8000달러에 대량 공급하는?야심찬 계획이었다. 윌리엄 레빗은 그 프로젝트를 투기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집을 살 사람이 회사에 자금을 대고 그 돈으로 집을 짓는 방식이 아니었다. 레빗은 집을 먼저 짓고 그 뒤에 집을 살 사람을 찾아야 했다. 따라서 FHA와 VA 없이는 그런 엄청난 프로젝트를 벌일 자금을 절대 모을 수 없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동안, 그리고 그 후에도 정부는 레빗 같은 대규모 주택 건설업자들에게 그들이 제안한 필지 분할과 개발 비용의 거의 전액을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보증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1948년, 미국 전역에 건설된 주택 대부분은 이런 정부의 자금 지원으로 지어진 것이었다.
_「“자기 집을 소유하라”」, 120쪽
일반은행과 저축은행, 그리고 기타 민간 대출업체들은 채무불이행 위험이 높은 채무자들을 위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상품을 개발했다. (…) 서브프라임 모지기 그 자체로는 합법적인 대출 상품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연방정부의 감독 아래 있는 은행과 대출기관들이 부담스러운 상환 조건을 달아 상환이 어렵도록 고안된 서브프라임 대출을 양산한 셈이었다. (…) 담보대출 중개인과 대출 담당자 들이 쓰는 수법은 이랬다. 주택 가치는 계속 높아질 것이니 담보할인율 기간 만료 전에 이자율이 더 낮은 대출로 갈아타면, 주택 가격 상승분(이중 일부는 이자 명목으로 대출 기관 몫이 된다)을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그러나 이런 담보대출은 대개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재산 증식이 거의 혹은 전혀 없는 궁핍한 동네에 사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주 홍보 대상이자 고객이었다. (…) 전국적으로 부동산 호황이 지속된다고 해도 부동산 가치가 오를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이들 지역에서는 가망이 없는 계획이었다.
_「국세청과 금융 감독 기관의 책임 방기」, 173~174쪽
1946년 한 잡지에 실린 기사는 시카고의 한 건물을 상세히 묘사했는데, 그 건물의 주인은 약 50제곱미터짜리 점포 내에 칸막이를 쳐 좁은 방 여섯 개로 나누고, 방마다 한 가구씩 임대했다. 그는 2층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방을 나누었다. 그가 한 달에 거둬들이는 임대료는 미시간호를 따라 이어지는 시카고의 “골드코스트(Gold Coast)”에 위치한 고급 아파트의 임대료만큼이나 엄청난 수입이었다. (…) 다른 도시의 주택 시장도 이와 비슷하게 왜곡되어 있었다. (…) 1938년, 맨해튼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세입자가 내는 집세 평균은 백인 세입자의 집세 평균보다 50퍼센트 더 높았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소득 수준이 백인보다 더 낮았음에도 말이다. 이러한 불평등 상황은 제2차 세계대전을 거쳐 물가관리국(Office of Price Administration)이 미 전역에서 임대료를 동결한 이후에도 계속 악화되었다. 집주인들은 법을 어기지 않고도 이미 인구가 밀집된 도시 지역의 아파트를 개조하여 방 개수를 늘렸고 집세를 더 많이 받았다. 이런 높은 주거비는 20세기 내내 서서히 축적되었다.
_「억눌린 소득」, 261~262쪽
1973년부터 현재까지, 인종과 민족을 불문하고 미국의 모든 노동계급과 중산층의 실질임금은 대체로 정체된 상태였다. 고등학교를 나왔거나 일부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의 경우는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정도로 그쳤지만, 공장의 생산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이 있어도 해고당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들이 결국 찾게 되는 것은 서비스직 일자리였다. 서비스 직종에는 대개 노동조합이 없었는데, 이는 임금이 전보다 훨씬 더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 노동계급의 소득이 정체기에 들어가자마자, 단독주택의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1973년부터 1980년까지, 아프리카계 미국인 평균 임금은 1퍼센트 하락한 반면, 미국의 평균 주택 가격은 43퍼센트 상승했다.
_「전망과 회고」, 273쪽
국민소득 분배를 통한 하층계급에서 중산층으로의 이동은 늘 모든 미국인에게 동등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 모두가 꿈꾸는 환상, 다시 말해서 지금은 가난할지라도 그 자식들은 열심히 일하고 책임감 있게 열심히 공부하고 포부를 잃지 않으면, 그리고 약간의 행운이 따른다면, 그러한 상태를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는 몽상에 이의를 제기한다. (…) 미국은 오늘날 다른 산업 사회보다 경제적 신분의 이동성이 낮다. 부모의 소득이 최하위 소득 분위에 있는 미국의 아이들 가운데 거의 절반(43퍼센트)이 성인이 되었을 때, 똑같이 최하위 소득 분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 소유 주택의 순자산 가치는 미국 중산층 가구의 주요한 부의 원천이다. (…) 오늘날 미국은 소득과 마찬가지로 부의 이동성이 거의 없다. 실제로, 세대 간 부의 이동성은 세대 간 소득의 이동성보다 훨씬 낮다.
_「전망과 회고」, 276~27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