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은 여름에 수군대는 걸 좋아해
Specimens of Bushman Folklore (1911년)
: 아프리카 코이산족 채록 시집
문학 > 시
코이코이족, 산족 지음 | W. H. 블리크 채록 | 이석호 옮김
128쪽 | 11.500원
ISBN: 979-11-87038-66-5
2021년 3월 2일 출간
✦ 책 소개
단절과 회의(懷疑)의 시기, 세상의 처음을 만들고 바라보는 이들과 시간의 반복 속에서 ‘우리’를 연결하는 이야기가 안내하는 새롭고 오랜 안부.
“부시먼.”
그리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서구/식민지개척자/문명이 붙인 이름(부시먼)으로, 그들이 부여한 역할[노예, 괴물, 동물, 야만인, 열등함과 과장된 섹슈얼리티를 드러내는 몸(사르키 바트만), 순진무구한 바보(영화 [부시먼])]로 그들은 우리에게 꽤 친숙한 타자였다. 그러나 그 친숙함에 비해 부시먼이 스스로를 부르는 이름(▲샴)으로, 발화의 주체가 되어 말하는 이야기가 우리에게 언어화되는 기회는 드물었다.
W. H. 블리크라는 연구자에 의해 채록된 이 연도미상의 이야기들은 ‘부시먼’의 땅이 식민지가 된 착취적 시기에 발화되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그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록이다. 최초의 현생 인류이자 늘 지구의 이방인이었던 코이산족(코이코이족과 산족을 함께 이르는 말)의 역사와 그들이 세상의 처음을 만들고 바라봐온 기록, 무수히 뜨고 지는 태양과 별에 포개어지는 삶에 닿아보는 일은 “주술, 교감, 공생, 연결, 사람 같은 말들이 그 힘을 잃어가는 요즘”, “폭력도 차별도 없는 완전한 사랑의 시간”(안희연 시인)으로 우리를 안내할 것이다.
✦ 추천사
『별들은 여름에 수군대는 걸 좋아해』에 수록된 시들을 읽는 동안 정신이 열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마치 다른 차원으로 건너가는 미끄럼틀을 탄 것 같았어요. 지금 여기가 아닌 저 너머, 아주 먼 과거로 순식간에 빨려 들었지요. 그곳에서 저는 이제 막 사냥을 배우기 시작한 어린 소년이었습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제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셨습니다. 별들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영혼의 귀가 필요하단다. 죽음은 소멸이 아니라 부재로서 존재하는 것이며, “영혼의 인간”(「영혼의 인간」)이 “죽음으로, 다시 가져온 그 얼굴”(「새로 뜬 달님에게 바치는 노래」)을 마주하는 일이란다. 모든 것엔 생명이 깃들어 있고 모든 존재에겐 제 자리가 있단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믿고 느끼는 법을 배우는 동안 키가 자라고 마음이 자랐습니다. 가슴 아픈 침략과 파괴의 역사를 관통하면서도 끝끝내 생을 용서하고 긍정하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웠죠.
책장을 덮고 나서도 그곳에서의 날들이 잊히지 않습니다. 지금 이곳의 현실이 각박하면 각박할수록, 내 안에 영혼 같은 건 한 방울도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몸과 마음이 상해갈수록 그 시간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주술, 교감, 공생, 연결, 사람 같은 말들이 그 힘을 잃어가는 요즘, 동아줄을 붙잡듯 이 시들을 붙잡습니다. 저는 이야기의 힘을 믿는 사람입니다. 입에서 입으로, 할아버지에게서 아이에게로, 과거에서 현재로 흘러왔고 흘러갈 이 이야기들이 당신의 마음에 불꽃을 일으킬 거예요. “내 신발은 이제 곧 / 달로 변할 거야 / 달처럼 빛나 / 숲속 어둠을 뚫고 / 길을 밝힐 거야 / 땅도 밝힐 거야 / 그러면 나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될 거야”(「달의 기원」) 그렇게 걸어간 길의 끝엔 밥 짓는 냄새, 환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집, 폭력도 차별도 없는 완전한 사랑의 시간이 자리하고 있으리라는 믿음으로요.
_안희연 시인
✦ 지은이
코이코이족 & 산족
가장 오래된 현생 인류로 알려진 이들은 석기시대 후기부터 지금까지 아프리카 남부 칼라하리 사막 부근에서 수렵·채집을 하며 살아간다. 혈통적으로 유사해 이 두 부족을 함께 이를 때 “코이산족”이라고도 부른다. 산족은 “부시먼(Bushman)”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이는 ‘수풀 속에 사는 사람들’이란 뜻으로 16세기 아프리카에 상륙해 식민 지배를 시작한 백인들이 붙인 이름이다. 별과 달에 대한 신앙이 있으며 자신들이 믿는 것, 잃은 것, 지키는 것, 살아가는 것 등에 대한 이야기를 입에서 입으로 남겨왔다.
* W. H. 블리크 (W. H. Bleek) 채록
독일의 언어학자로 1850년대 남아프리카의 나탈 지역에서 줄루어를 연구했다. 그로부터 10년 후 케이프타운에 정착하면서 그곳에 살던 산족의 언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1860년대 후반부터 1875년 타계 직전까지 약 6년 동안 산족의 민담을 채집하고 이를 채록했다. 처제인 루시 로이드(lucy Uoyd)가 1911년에 이 기록을 『부시맨 민담집』이라는 책으로 출간했다.
✦ 옮긴이
이석호
카이스트에서 인문학을 가르치며 (사)아프리카문화연구소장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는 영문학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대학교에서는 아프리카 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는 『조작된 아프리카: 영지주의, 철학 그리고 지식의 체계』, 『검은 피부, 하얀 가면」, 『제3세계 문학과 식민주의 비평』, 『사라 바트만』, 『저를 사랑하시나요, 주인님?』 등이 있고 인터뷰집으로 『아프리카 만인보』가 있다.
연극 <사라 바트만과 해부학의 탄생>의 극본을 쓰고 연출하여 아프리카 3개국에서 공연했다.
✦ 상세 이미지
✦ 출판사 서평
“우리는 별이야 하늘을 걸어야만 해”
‘하늘’과 ‘땅’, ‘우리’를 이어온, 겪은 적 없이 떠오르는 기억
가장 오래된 현생 인류,
여전히 수렵‧채집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노예로, 괴물로, 야만인으로
끝없이 타자화되었던 이들이 자신의 이름으로 남겨온 이야기
“부시먼.” 그리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서구/식민지개척자/문명이 붙인 이름(부시먼)으로, 그들이 부여한 역할[노예, 괴물, 동물, 야만인, 열등함과 과장된 섹슈얼리티를 드러내는 몸(사르키 바트만), 순진무구한 바보(영화 <부시먼>)]로 그들은 우리에게 꽤 친숙한 타자였다. 그러나 그 친숙함에 비해 부시먼이 스스로를 부르는 이름(▲샴)으로 발화의 주체가 되어 말하는 이야기가 우리에게 언어화되는 기회는 드물었다.
산족(부시먼) 언어 연구자였던 W. H. 블리크가 자신의 집에서 일하던 산족 하인들로부터 채록한 이 연도미상의 이야기들은 ‘부시먼’의 땅이 식민지가 되고 그들 일부가 백인 이주민의 노예로 살아가던 착취적 시기에 발화되었다는 문화적‧역사적 조건을 감안하더라도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코이산족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록이다. 『별들은 여름에 수군대는 걸 좋아해』는 W. H. 블리크의 채록으로 제작된 책 가운데 가장 시적인 이야기가 많이 담긴 『부시먼 민담집』을 원작으로 두고 있는 책으로, 아프리카 문학‧문화 연구자이자 사르키 바트만(백인에 의해 인간전시에 동원되었던 코이코이족 여성)의 삶을 다룬 연극 <사라 바트만과 해부학의 탄생>의 작가이자 연출가인 이석호 선생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유학 시절 이 책을 발견하고 일부를 골라 옮기며 탄생했다.
최초의 현생 인류이자 여전히 수렵‧채집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노예로 또는 야만인으로 늘 타자화되었던 이들에게서 그들이 믿는 것, 잃은 것, 지키는 것,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일은 “주술, 교감, 공생, 연결, 사람 같은 말들이 그 힘을 잃어가는 요즘”, “폭력도 차별도 없는 완전한 사랑의 시간”(안희연 시인)으로 우리를 안내할 것이다.
‘문명의 진보’라고 믿었던 모든 것들을 의심하게 된 시기,
세상의 처음을 만들고 바라보는 이들과
시간의 반복 속에서 ‘우리’를 연결하는
이야기가 안내하는 새롭고 오랜 안부
이 책에 실린 시들이 채록된 때는 남아프리카 케이프가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시기다. 코이코이족과 산족 원주민들은 식민지가 된 고향 케이프를 떠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고 그곳에서 일부는 여전히 수렵‧채집 생활을, 일부는 백인 이주민들의 노예로 살았다(더러는 인신매매 등의 형태로 타국에서 노예의 삶을 살기도 했다).
이 책에는 갑작스레 일상과 땅을 빼앗긴 이들이 착취 속에서 잃은 것을 큰 소리로 기억하고 부르는 세계가 있다. 그리고 그 한 편에는 별들의 소리가 들리고 소녀가 은하수를 만들고 죽은 자의 발자국엔 어김없이 비가 내리는 세계가 흘러간다.
이 시집은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별들은 여름에 수군대는 걸 좋아해’에는 코이산족의 신앙과 세계관에 닿아볼 수 있는 시들이 다수 담겨 있다. 최초의 현생 인류인 그들이 세상을 만들고 바라봐온 감각과 만나고, 자연 세계와 그들이 맺는 관계에 간접 참여하며 오랜 신앙의 대상인 별과 달을 향한 코이산족의 노래를 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팬데믹과 함께 ‘문명의 진보’라고 믿었던 많은 것들을 의심하게 된 시기, 세상의 처음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과 익숙한 듯 새롭게 공명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할아버지 오두막에서 잠을 잘 때마다
난 늘 그 곁에 앉아 있곤 했지
밖은 추웠어
난 할아버지에게 묻곤 했지
내가 들은 소리의 정체에 대해
꼭 누군가 말하는 소리처럼 들렸거든
할아버지는 말씀하셨지
별들이 수군대는 소리라고
별들이 ‘차우!’라고 수군대는구나
‘차우! 차우!’라고 말이야
-「말하는 별들」에서
그는 우리 식구였어
우린 그를 ▲쿤이라 불렀네
그는 비를 부르는 사람이었지
그리고 종종 비를 내리게 했지
그는 비의 머리카락을 만들어
부드럽게 흘러내리게도 했지
비에게 두 다리를 만들어주고는
든든한 기둥처럼 흐르게도 했지
또 가끔은 구름을 불러 세워놓고
한바탕 연설을 늘어놓기도 했어
그는 정말 비를 부르는 무당이었어
-「비를 부르는 무당」에서
2장 ‘죽은 자의 발자국 속으로는 비가 내린다’에서는 코이코이족과 산족의 생활상과 죽음관을 주요 소재로 하는 시들을 볼 수 있다.
내리는 비는 그렇게
죽은 자의 발자국을 지우고
흐르는 빗방울은 그렇게
그가 알고 그를 알린 모든 것들을
산산이 부수어버려
죽은 자의 발자국 속으로는
비가 내리지
-「죽은 자의 발자국 속에 고인 빗물」에서
식민 경험과 인종차별, 심지어는 아프리카 내에서도 인종 서열 최하위로 핍박을 받은 이들의 역사에는 최초의 현생 인류이자 늘 지구의 이방인이었던 아이러니가 있다. 그러나 1, 2장에 실린 시들은 자연 세계 안에서 이들이 얼마나 깊은 내부자인지를 느끼게 한다. ‘어른이 아이에게 별의 소리를 듣는 법을 알려주던 기억’, ‘해와 별이 뜨고 지는 풍경’의 반복으로 태초와 지금을 단숨에 연결하는 그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는 몸의 감각에 조금 가까워진다. 겪은 적 없지만 떠오르게 될 기억들이 이 장들에 있다.
3장 ‘우리는 별이야 하늘을 걸어야만 해’에는 백인 이주민의 노예이자 식민지인으로서 말하는 이야기들이 주로 담겼다. 당시의 착취적 상황과 식민지기 이후 인종주의를 흡수한 아프리카 내부 종족주의에 의해 ‘애매한 (황갈색의 “오염된”) 피부색’이라는 이유로 핍박받게 되는 부시먼의 역사를 생각하며 읽게 되는 장이다.
양치기 루이터는
사람들에게 알렸습니다
그가 고통을 느낀다는 것을
백인들이 믿지 않는다고
그가 죽기 직전까지 매를 맞았다는 것을
백인들이 믿지 않는다고
루이터는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은 결국 죽게 될 운명임을
그는 속삭이듯
반복적으로 말했습니다
나는 양 떼들을 돌보았어요
나 루이터는, 양 떼들을 돌보았어요
-「루이터 이야기」에서
각 장을 하나의 단위로 살펴보는 방법 외에도 자유롭게 펼쳐 읽거나 ‘새벽-아침-정오-저녁-밤-새벽’으로 이어지는 전체 시 배열의 시간적 흐름을 느껴가며 읽는 것이 이 책을 보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폭력도 차별도 없는
완전한 사랑의 시간”으로 미끄러지는 길
“입에서 입으로, 과거에서 현재로
흘러왔고 흘러갈 이 이야기들이
당신의 마음에 불꽃을 일으킬 거예요.”
“이 책에 수록된 시들을 읽는 동안 정신이 열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마치 다른 차원으로 건너가는 미끄럼틀을 탄 것 같았어요. 지금 여기가 아닌 저 너머, 아주 먼 과거로 순식간에 빨려 들었지요. (…) 지금 이곳의 현실이 각박하면 각박할수록, 내 안에 영혼 같은 건 한 방울도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몸과 마음이 상해갈수록 그 시간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주술, 교감, 공생, 연결, 사람 같은 말들이 그 힘을 잃어가는 요즘, 동아줄을 붙잡듯 이 시들을 붙잡습니다. (…) 입에서 입으로, 할아버지에게서 아이에게로, 과거에서 현재로 흘러왔고 흘러갈 이 이야기들이 당신의 마음에 불꽃을 일으킬 거예요.
내 신발은 이제 곧
달로 변할 거야
달처럼 빛나
숲속 어둠을 뚫고
길을 밝힐 거야
땅도 밝힐 거야
그러면 나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될 거야
-「달의 기원」에서
그렇게 걸어간 길의 끝엔 밥 짓는 냄새, 환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집, 폭력도 차별도 없는 완전한 사랑의 시간이 자리하고 있으리라는 믿음으로요.”
_안희연(시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개인의 불멸은 믿지 않지만 우주적 차원의 불멸은 믿는다고 이야기하며 우리의 육체적 죽음 너머로 우리의 기억과 태도가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래 전부터 세상을 만들고 듣고 바라봐온 이야기, 자연과 인간이 서로를 끝없이 “데리러 가고” “데리러 오는” 풍경, 길 잃은 모두가 결국엔 “집으로 돌아가는” 기억들… 『별들은 여름에 수군대는 걸 좋아해』는 첫 어른이 다음 아이에게, 두 번째 어른이 또 그 다음 아이에게 별의 소리를 듣는 법과 사냥하는 법을 알려주는 소리들, 무수히 뜨고 지는 태양과 별과 달로부터 우리의 지금까지를 설명하며 읽는 이로 하여금 겪은 적 없는 무언가를 기억하게 한다.
우리가 기다리는 저 별,
저 별은 가장 마지막 순간에 나타날 거예요
역시 저 산 너머로
그리고 누구 못지않은 속도로
하늘을 빠르게 기어올라
저 망망한 하늘을 가로지르며
뜨기와 뛰기를 반복할 거예요
-「태양과 달 그리고 별들」에서
✦ 목차
1. 별들은 여름에 수군대는 걸 좋아해
말하는 별들
비를 부르는 무당
새 떼들
달과 깃털
새로 뜬 달님에게 바치는 노래
은하수를 만든 소녀
안개와 토끼
달의 비명
별들에게 불꽃 뿌리기
2. 죽은 자의 발자국 속으로는 비가 내린다
바람이 부는 이유
죽은 자의 발자국 속에 고인 빗물
네 가지 바람의 노래
영혼의 인간
사자를 쫓는 재채기
고슴도치 잡기
자칼 구름
▲샴의 예감
늙은 엄마
연기를 피우는 피
싸틴
3. 우리는 별이야 하늘을 걸어야만 해
태양과 달 그리고 별들
달의 기원
쏟아지는 구름 소리 때문에
끊어진 활시위의 노래
그렇게 우리가 왔다오
아침에는 난 갈퀴를 들지요
사자 꿈
늙은 ▲카겐
루이터 이야기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새벽심장별
옮긴이 해제
추천의 말
✦ 책 속에서
할아버지 오두막에서 잠을 잘 때마다
난 늘 그 곁에 앉아 있곤 했지
밖은 추웠어
난 할아버지에게 묻곤 했지
내가 들은 소리의 정체에 대해
꼭 누군가 말하는 소리처럼 들렸거든
할아버지는 말씀하셨지
별들이 수군대는 소리라고
별들이 ‘차우!’라고 수군대는구나
‘차우! 차우!’라고 말이야
_「말하는 별들」에서
그는 우리 식구였어
우린 그를 ▲쿤이라 불렀네
그는 비를 부르는 사람이었지
그리고 종종 비를 내리게 했지
그는 비의 머리카락을 만들어
부드럽게 흘러내리게도 했지
비에게 두 다리를 만들어주고는
든든한 기둥처럼 흐르게도 했지
또 가끔은 구름을 불러 세워놓고
한바탕 연설을 늘어놓기도 했어
그는 정말 비를 부르는 무당이었어
_「비를 부르는 무당」에서
방금 내 손에 갇혀 있던, 나무의 재들아
너희들은 내가 말하는 대로 될 거야
부디 은하수가 되어라
거기, 하얀 야주호에 누워
여러 하늘을 뱅뱅 돌아라
나뭇재처럼 하얀 얼굴로
다른 별들과 멀찌감치 떨어진 채로
한때 나무의 재였던 너희들은
이제 은하수가 될 거야
그래서 별들을 데리고 뱅뱅 돌아라
네 주변의 별들과 함께
그 별들은 다른 별들과 함께 돌며
등을 돌리고
그렇게 제 길을 가야만 할 거야!
그리하여 별들은 등을 돌려
새벽을 데리러 가지
_「은하수를 만든 소녀」에서
토끼는
안개 같고
영혼의 그림자 같아
푸르스름한 안개는
연기를 닮았다고
엄마는 말씀하셨지
동틀 녘
해가 뜨기 직전에
신기루가 나타나면
사람들은 말하지, 그건
토끼라고
토끼의 신기루라고
태양을 안개 속에 숨기고 있다고
태양을 연기 옷으로 가리고 있다고
그래서 태양의 시력이 나빠진다고
태양이 제대로 떠오르지 못한다고
_「안개와 토끼」에서
아버지는 말씀하셨지
내가 사냥을 다녀왔는지
조용히 앉아 기다렸는지
고슴도치를 기다렸는지
사냥하기에 가장 좋은 때는
은하수가 등을 돌릴 때라고
바로 그때가
고슴도치가 돌아오는 때라고
아버지는 또한 말씀하셨지
내가 바람을 느꼈는지
아버지는 말씀하셨지
조심해야 한다고
늘 바람의 방향을
맛보아야 한다고
고슴도치는
바람을 데리고
돌아오는 짐승이 아니라고
아버지는 말씀하셨지
고슴도치는 오히려
바람을 가로질러
비스듬히 다가온다고
_「고슴도치 잡기」에서
저물어버린 태양이
산 너머로 얼굴을 내밀고 있어요
그 태양은 거기에 오래 머물러 있을 것입니다
하늘 저 높은 곳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며
와요, 아침이여
저 망망한 하늘을 가로지르며
태양은 다시 한번 걸어갈 것입니다
그리고 달, 사냥꾼의 달도
저 산 위로 고개를 불쑥 내밀 것입니다
그리고 또 저 망망한 하늘을 가로지르며
걷다가, 살이 차고, 결국 시들 거예요
우리가 기다리는 저 별,
저 별은 가장 마지막 순간에 나타날 거예요
역시 저 산 너머로
그리고 누구 못지않은 속도로
하늘을 빠르게 기어올라
저 망망한 하늘을 가로지르며
뜨기와 뛰기를 반복할 거예요
_「태양과 달 그리고 별들」에서
난 만티스야
만티스가 내 이름이야
내 신발은 저 위에 있어
어둠 속에서 시뻘겋게 빛나고 있어
내 신발은 이제 곧
달로 변할 거야
달처럼 빛나
숲속 어둠을 뚫고
길을 밝힐 거야
땅도 밝힐 거야
그러면 나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될 거야
_「달의 기원」에서
우린 먼 곳에서
활시위 당기는 소리를 듣게 되겠지
구름이 내는 그 소리를.
잠에서 벌떡 깨어나 보면
구름 속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우리 자신이란 걸 알게 되겠지
그때 비가 오기 시작할 거야
해가 질 때까지 그치지 않을 거야
해가 두 번이고 질 때까지
비는 두고두고 쏟아질 거야
우리가 잠을 자는 사이
▲카우누는 거기에
뜬눈으로 앉아 있겠지
활시위를 잡아당겨
비를 내리게 한 이가
바로 그이니까
우린 구름 속에서 깨어날 거야
구름이 내는 소리 때문에
위이잉, 활시위가 내는 소리 너머로
쏟아지는 구름 소리 때문에
_「쏟아지는 구름 소리 때문에」에서
나는 바로 그곳,
거기에서 왔다오
식구들과 스프링복을
먹고 있었다오
그새 붙잡히고 말았다오
여기는 케이프
내가 떠나온 곳은 비터피트라오
흑인 순사에게 잡혀
마차에 묶인 채로 왔다오
_「그렇게 우리가 왔다오」에서
한창 일을 하는
대낮에는
난 외양간에 가지요
한창 일을 하는
아침에는
난 갈퀴를 들지요
사람들이 다니는 길을
청소해야 하니까요
잔가지들도
치워야 하니까요
밤새 바람에 떨어진
수많은 잔가지들을요
그래야 걷다가
잔가지에 걸려
넘어지는 일이 없으니까요
그 자그마한 나무의 잔가지들이
내 발목을 낚아챌 일이 없으니까요
그래야 어둠이 찾아와도
넘어지는 일이 없으니까요
해 지고
주인님 댁으로
식사하러 가다가
_「아침에는 난 갈퀴를 들지요」에서